[김병호 칼럼] 1회용품 규제 철회, 폐기물 정책 후퇴 안 돼야
[김병호 칼럼] 1회용품 규제 철회, 폐기물 정책 후퇴 안 돼야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3.11.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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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카페에서 쓰는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비닐봉지도 한동안 단속을 하지 않는다. 소상공인들의 배려한 조치라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환경부는 7일 식당과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 금지 조처에 대해선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이날 기자 브리핑을 열고 “1년의 계도기간에도(1회용품 사용 금지에 대해) 공동체 내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원가 상승과 고물가, 고금리, 어려운 경제 상황에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규제로 또 하나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종이컵과 빨대, 젓는 막대 사용 금지는 지난해 11월 24일 시행됐으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감안, 1년의 계도기간을 거친 후 시행될 예정이었다. 계도기간 후 적발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환경부의 조치는 식당,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정부의 1회용 폐기물 감축 정책이 후퇴했다며 반발한다.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했다고 말한다.

우리 국민이 커피나 물 등을 먹고 버리는 종이컵이 1년에 294억개. 1명이 1년에 버리는 일회용품의 양은 자그마치 13.6kg이다. 한국 전체를 계산하면 1년에 70만3000t을 버린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버려지는 일회용품의 절반인 49%가 종이컵 등 폐종이류다. 나머지 41%는 플라스틱 등 폐합성수지류다.
  
충남대, 이담환경기술, 대전녹색환경지원센터가 지난해 대전 시내 식품접객업소 390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업소 1곳당 월평균 4557개의 일회용 컵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일회용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량은 월평균 3437개. 전체 1회용품 사용량은 월평균 1만7139개로 나타났다.

1회용품 사용이 이렇게 심각한 데 환경부가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투 사용을 금하지 않기로 한 것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이들은 그동안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시위를 했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이번 조치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를 향한 메시지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환경부는 이런 소리를 듣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선거철이 되면서 중요 정책의 방향을 바꾸면 오해받기 쉽다.

정부의 규제와 관계없이 각 개인, 가정, 직장 등에서 1회용품 사용을 자발적으로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1회 용품 사용을 줄이는 게 지구를 살리는 길이고, 결국은 인간을 살린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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