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반도체는 ‘쩐의 전쟁’, 정부 파격적인 지원 필요
[김병호 칼럼] 반도체는 ‘쩐의 전쟁’, 정부 파격적인 지원 필요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4.03.18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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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60억 달러(한화 약 8조원) 이상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다고 미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대만의 반도체 업체 TSMC가 50억 달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삼성전자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시에 17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데 당초 미국의 보조금이 20억~30억 달러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60억 달러를 받게 됐다고 한다.

대만의 TSMC는 400억 달러를 들어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도 50억 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삼성에 대한 지원금이 파격적인데 미국은 삼성이 향후 추가 투자 의사를 보이면서 이를 높이 평가하고 보조금 지원을 늘린 것이라는 얘기다.

이유가 뭐든 삼성전자가 6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은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미국이 삼성을 그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삼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 지원법인 ‘칩스법’을 제정해 570억 달러를 반도체 기업과 연구개발에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는 삼성, TS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기 위한 당근이다. 미국이 반도체 패권을 다시 찾겠다는 것인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 산업 부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지원에 570억 달러를 쓰는 것은 반도체 패권을 위한 돈 전쟁, 소위 말하는 ‘쩐의 전쟁’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중국, 대만, 인도 등이 쩐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투자만 많이 하면 자국 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투자하는 570억 달러는 한화로 69조원에 달하는데 시설 및 설비투자액의 25%를 세액 공제해 준다. 엄청난 지원이다. 유럽연합은 62조원을 지원하는데 공장 건설비용의 40%를 지원한다.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10%에서 20%로 올리는 게 유럽연합의 목표다.

일본은 18조원을 투입하는데 공장 건설비용의 50% 정도를 지원한다. 공장 건설비용이 1조원이라면 5000억원을 지원한다는 얘기인데 파격적이다.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짓는 것도 일본 정부 지원에 힘입은 것으로 봐야한다.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는 13조원을 지원한다. 공장 건설비용의 70%까지 지원한다. 공장을 사실상 정부가 지어주는 셈이다. 70%를 지원해도 법인세와 고용 창출 등을 생각하면 훨씬 이익인 셈이다.

외국은 지원이 엄청난데 그럼 한국은 어떤가? 미안하지만 시설투자 때 최대 25% 세액공제를 해주는 게 전부다. 보조금도 없고, 공장 건설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없다. 수십조원을 지원하는 나라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한국은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야당이 부자에 대한 지원이라고 공세를 편다. 주민들의 이의제기와 반발이 심해 공장에 전기를 끌어다 쓰는 것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은 전기를 끌어오는 데만 몇 년이 걸렸다. 

정부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을 지원하려 하면 부자 감세, 부자 혜택, 대기업 봐주기 운운하며 태클을 건다. 야당도 그렇고 시민사회단체도 비슷하다. 삼성전자를 지원하고 반도체로 돈을 벌어들이면 삼성이 1차로 이익을 보지만 고용이 늘어나고 결국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데 여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질 못해 아쉽다.

정부는 반도체 기업이 한국 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한국에 투자하면 파격적인 보조금과 각종 세제 혜택을 주도록 해야 한다. 반도체 투자는 쩐의 전쟁인데 어떤 기업이든 이왕이면 보조금 많이 주고, 공장 건설비를 지원하는 나라로 가고 싶은 것은 다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이 외국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내 기업과 외국기업이 한국 내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를 돕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치권은 법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있을 때 한국이 쩐의 전쟁에서 뒤지지 않는다. 외국보다 지원이 많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비슷하게는 해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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