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뉴스= 김지원 기자]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필수적인 의약품은 인간에게 이롭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천식 환자들을 위한 흡입기에 사용되는 추진제는 심각한 온실가스 중 하나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영국에서 발표됐다.
천식은 흡입 곤란, 기침, 거친 숨소리 등의 증상이 반복적,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세계적으로 약 2억3500만명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질병이다. 대다수의 천식 환자들이 사용하는 정량흡입기(MDI)는 추진제가 포함된 펌프로, 환자가 호흡을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기도 작다.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의 연구에 따르면 이 작은 흡입기 여러 개가 모여 온난화를 가속시킬 수 있는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이 흡입기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이유는 약품이 분사될 때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ydrofluorocarbons·HFCs)라는 추진제 때문이다. 다수의 MDI에 사용되는 'HFA 134a' 추진제는 수소불화탄소의 종류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지수(GWP)=1480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 MDI를 제조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95~98%의 온실가스가 밖으로 배출된다.
지구온난화지수는 온실가스의 지구온난화 기여도로 이산화탄소의 지구온난화 영향을 1이라 할 때와 비교한 영향 정도를 나타낸 값이다. 메탄은 GWP=21로 메탄 1kg는 이산화탄소 21kg에 해당하는 양이다. 즉 HFA 134a 1kg은 이산화탄소 1480kg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영국의 공공 환경적 선임 의회(House of Commons Environmental Audit Committee)에 따르면 영국에서 제조되는 흡입기의 70%가 MDI이며 추진제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품은 건식 분말 흡입기(DPI)로 스웨덴을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DPI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알렉스 윌리엄(Alex William) 박사는 "MDI에 담긴 가스는 매우 강력한 온실가스로 매달 1~2개의 흡입기를 사용하면 개인의 탄소 발자국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연 단위로 보면 이는 수백킬로의 이산화탄소 환산량(carbon dioxide equivalent)으로 채식을 하거나 재활용을 하며 줄이는 탄소발자국과 비슷한 양이다"고 말했다.
또한 NHS 연구원들은 "하나의 MDI를 DPI로 교체하면 이산화탄소가 연간 150~400kg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가능하면 환자들이 의사와 상담해 추진제가 들어간 흡입기를 친환경 흡입기로 바꿀 것을 조언했다.
반면 일부 환자들이 나이가 어리거나 천식이 심한 경우 약품을 들이마시는 데 어려움이 있어 추진제가 없는 DPI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충분한 폐 기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약물을 투입할 수 있는 방법인 MDI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개발되는 DPI는 환자들이 더 사용하기 쉬운 방법으로 만들어졌고 특정 천식 환자들에게는 이미 대부분 DPI로 처방하고 있다.
윌리엄 박사는 "만약 흡입기를 바꿀 수 없다면 이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흡입기에 몇 회분의 약이 있는지 확인해 이를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흡입기를 회수하면 남아있는 추진제를 모아 환경적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 사용하면 약국으로 가져가 올바르게 처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사이먼 스티븐스(Simon Stevens) NHS 최고 경영자는 "NHS는 이미 지난 10년 동안 탄소 발자국을 5분의 1로 줄였으며 임상적으로 적절한 경우 환자가 더 친환경적인 흡입기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했다. 장기적으로 이는 지구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올바른 선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