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내년 신 예대율 시행 앞두고 가계대출 속도 줄여
농협은행, 전세자금대출 5조7846억원 '독주'··· 예대율 관리 여유
[데일리e뉴스= 천태운 기자] 올해 은행권의 전세자금대출이 전세가격의 하락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여파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0월 말 현재 76조90257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4034억원 늘었다.
전월 대비 증가액이 9월에 1조2099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증가 규모가 다소 확대됐다. 하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보면 증가세가 주춤했다.
올 10월까지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3조9496억원(2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0월에는 15조1525억원(34.0%) 증가했다.
우선 올해 전세가격이 내리면서 전세자금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아파트 전세가격이 수도권에서 0.38% 올랐으나 올해 들어 10월까지는 1.99% 내렸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올 10월까지 1.67% 하락했다. 작년 1∼10월엔 0.22% 상승했다.
서울에서는 전월세 거래량도 줄었다.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올 1∼10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 신고 건수는 12만72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만4841건)보다 5.7% 감소했다.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이 전세자금대출을 옥죄기도 했다. 9·13 대책엔 1주택자는 부부합산 소득 1억원까지만 공적 보증을 제공하고 2주택 이상은 아예 공적 보증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적 보증이 없으면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으므로 사실상 전세자금대출 대상자를 소득이 1억원 이하인 1주택자로 한정한 셈이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新) 예대율 규제도 은행권의 전세자금대출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이 내년 1월부터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는 15%포인트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에 시중은행은 새로운 예대율 규제에 맞추려면 가계대출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전세자금대출 시장에서 NH농협은행이 강세가 두드러졌다. 농협은행은 10월까지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5조7846억원을 기록하며 5대 은행 중 가장 많이 증가했다. 그다음으로 많이 늘어난 하나은행(2조9807억원)보다 증가 규모가 두배나 됐다.
이는 다른 은행들은 예대율이 90%대 후반인 데 비해 농협은행의 예대율이 80% 중반으로 규제 비율인 100%까지 상대적으로 대출을 늘릴 여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도 10월 들어 대출증가세에 제동을 걸었다. 그전엔 3개월 간 평균 1조원 늘어난 데 비해 10월 증가액은 1391억원에 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