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중대재해법 유예 요청에 금융지원은 엇박자다
[김병호 칼럼] 중대재해법 유예 요청에 금융지원은 엇박자다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4.02.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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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들은 수원에 모여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기업 하기 어렵다며 차라리 폐업하겠다고 집회하는 데 정치권은 서울에서 소상공인 지원 공약을 쏟아냈다’ 지난주에 있었던 웃지 못할 일이다.

소상공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중대재해법 유예를 촉구하는데 정치권은 표를 의식한 소상공인 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얘기인데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난 14일 소상공인 4000명이 경기도 수원시 ‘수원메쎄’에 모여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사업하다 감옥 가느니 차라리 폐업하겠다”는 말로 절박함을 정치권에 호소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 중대 사고가 나면 대표를 구속하는 게 골자인데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긴장하고 있다. 이 법은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기업은 공장, 건설 현장, 물류 현장 등 곳곳에 사업장이 있어 사망 등 중대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80%가 중대재해법에 대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현장에서는 대형 사고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걱정이 큰 게 사실이다. 인명 사고가 났다 하면 대표나 책임자가 구속되는 게 원칙이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것은 중대재해법을 유예해서 사업주들이 구속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권도 이 문제를 논의하고, 소상공인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게 진정한 중소기업 정책이다.

이날 정부와 당은 고금리 부담 완화 등을 위해 76조원 규모 기업금융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금융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한 예산을 2배 늘리겠다고 했다. 액수만 다를 뿐 비슷한 공약이다.

국민의힘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2년 유례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했다. 대신 국가 예산을 투입해 이자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을 국회에서 억지로 통과시킨 것도 민주당이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대기업도 마찬가지)에게 절박한 것은 중대재해법의 유예다. 하지만 정치권은 중소기업의 절박함은 뒤로 하고 이자 등 금융지원 얘기를 꺼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정치권이 아직도 중대재해법의 폐해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금융지원도 필요하고, 사업장 책임자나 대표가 구속 걱정 없이 경영에 전념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정부와 정치권이 걱정하지 않고 사업에만 전념하게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

다만 어떤 게 더 시급한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중대재해법 유예가 더 급할 수 있다. 중대재해법 유예 요구 시위는 있어도 이자 등 금융지원을 요구하는 시위는 없지 않은가.

정부와 정치권이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많이 내놓고는 있는데 어떤 정책이 중소기업이 정말로 원하는 정책인지 알고 추진해야 한다. 중대재해법 유예를 기업들이 간절히 바란다면 유예해주는 게 맞다.

당장 주사를 맞아야 병이 치료되는 사람에게 주사는 놓지 않고 건강식품이 몸에 좋으니 먹으라고 준다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중대재해법도 마찬가지다. 수술을 받아야 사는 사람에게 수술은 안 하고 고기가 몸에 좋다고 고기를 사다 준다면 방향이 너무 다르지 않은가. 중소기업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펴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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