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전국적으로 벚꽃이 만개하며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이고 있다.
벚꽃은 우리나라에서는 봄을 상징하는 가장 대중적인 식물 중 하나다.
여의도를 비롯해 국내 최대 봄축제인 진해군항제 역시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진행된다. 통상적으로 4월 초에 개막해 약 2주 정도 열린다.
창원 기상대는 벚나무 한 그루에서 꽃이 80% 이상 개화하면 만발한 것으로 본다. 앞선 2019년과 2020년에는 3월 26일, 2021년에는 3월 23일에 만발했고 작년의 경우 3월 27일이 만발 시기였다.
다만 올해는 엘니뇨의 영향이 여전히 이어지며 개화시기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충무공 선양 군항제 위원회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개화 시기가 앞당겨져 2023년 축제는 3월 24일 전야제를 가지고 25일에 축제를 열었더니 해당 기간에 맞춰 꽃이 만발했다"며 "이번 축제 역시 벚꽃이 빨리 필 것을 예상해 축제 시기를 3월 22일에서 4월 1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축제를 시작하는 3월 30일, 급변한 기온으로 축제장에서는 만개한 꽃을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비가 쏟아지며 먼 길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실망감을 안고 돌아가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진해군항제뿐만이 아니다.
서울 내 여의도와 함께 대표적인 봄꽃 명소로 알려진 석촌호수도 주인공 없는 축제를 진행해야 했다.
반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인지도를 높인 곳도 있었다.
강원도 속초시에서 개최하는 영랑호 벚꽃 축제 안내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속초시는 영랑호 벚꽃 축제 개막을 3일 앞둔 상태에서 축제를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벚꽃이 안 핍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라는 멘트를 내세운 포스터에는 벚꽃의 예상 개화 시기가 빗나간 점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냈다.
누리꾼들은 '재치 있는 문구 덕분에 축제가 더 기다려진다', '멀리 가야 하는 곳인데 담당자들의 유머 넘치는 대응 덕분에 방문하고 싶어졌다'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기후변화로 인한 축제 연기는 단순 해프닝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 및 생태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창원시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도 진해군항제로 발생한 경제적 효과는 26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방문객 1인당 평균 소비지출액은 지역주민 3만8945원, 외래 방문객 6만7391원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지역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봄축제가 기후변화로 연기되거나 진행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이는 곧장 지역 경제 타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역 규모가 작을수록 축제 수입원 감소는 인근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개화 시기 불안정으로 인해 나비, 꿀벌 등의 곤충들의 줄어들며 생태계 불균형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통 봄꽃은 매화, 개나리, 벚꽃, 튤립 순으로 개화하지만 올해는 기후변화로 인해 해당 꽃들이 동시에 개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는 이제 코앞에 다가와 있다"며 "꽃의 개화시기 변화는 식량안보 문제와도 맞닿아있는 만큼 빠른 기후대응책 마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e뉴스= 정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