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뉴스= 천태운 기자] 국내 연구진이 물로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를 만드는 새로운 광촉매를 개발에 성공했다.
새 광촉매는 기존 보다 수소 생산 효율을 50% 이상 향상시킬 수 있어 다가올 수소 경제시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은 내다봤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은 나노입자 연구단 현택환 단장 연구팀이 남기태 미래소재디스커버리 d-오비탈 제어소재 연구단 단장, 김형준 KAIST 교수팀과 효소와 유사한 불균일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수소 생산 효율을 기존보다 50% 이상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광촉매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광촉매는 빛을 받아 화학반응을 매개하는 물질이다. 기존 광촉매인 이산화티타늄(TiO₂) 위에 구리 단원자를 올린 새 촉매는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 촉매 중 최고 성능을 보이는 '백금-이산화티타늄 광촉매'와 비슷한 효율을 보였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서울대 석좌교수)팀은 남기태 서울대 교수,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과 함께 이런 연구 성과를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광촉매 효율을 높이기 위해, 몸속에서 화학반응을 이어주는 '효소'(enzyme)의 작동 원리에 주목했다.
효소는 화학반응을 매개할 때 반응을 촉진하는 '활성점'이 나오도록 구조를 바꾼다. 이 때문에 반응물질과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 반응 효율이 높고 반복 사용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광촉매인 이산화티타늄(TiO₂) 위에 구리 단원자를 올려 구리 원자가 효소의 활성점 기능을 하게 했다.
새 촉매는 빛을 받으면 구성 원자들끼리 전자를 주고받아 구조를 바꾸면서 화학반응을 매개했다. 반응할 때 구조를 변경했다가 다시 원구조를 되찾는다는 점이 효소와 유사하다.
연구진은 개발한 촉매를 물과 메탄올을 섞은 용액에 넣어 수소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촉매 활성도 측정했다. 반응은 상온과 상압에서 진행됐으며 쪼여준 빛은 태양광을 모사한 것으로 자외선뿐 아니라 가시광선도 포함돼 있다.
촉매는 수소를 생산할 때 빛 에너지의 40% 이상을 수소 전환에 썼다. 기존 이산화티타늄 광촉매는 빛 에너지의 30% 정도를 이용한다. 또 새 촉매는 이산화티타늄 광촉매보다 시간당 33배 더 많은 수소를 생산해냈다.
이는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 촉매 중 최고 성능을 보이는 '백금-이산화티타늄 광촉매'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남기태 교수는 "촉매 원재료 구매에는 그리 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앞으로 다가올 수소 경제 시대에 새 촉매가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산화티타늄에 붙은 구리는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는 만큼, 산업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새 촉매의 장점이다. 현재 산업 촉매의 대부분은 수명을 다하면 폐기돼 매립되고, 이 과정에서 2차 오염을 유발해 문제가 됐다.
현택환 단장은 "상온·상압에서 안정적으로 수소를 제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