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프로축구보다 재밌는 LG와 삼성의 TV시장 '슈퍼매치'
[기자수첩] 프로축구보다 재밌는 LG와 삼성의 TV시장 '슈퍼매치'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19.09.24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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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K리그를 좋아하는 축구팬들이라면 리그 경기 중 가장 뜨거운 경기로 FC서울과 수원삼성 '슈퍼매치'를 꼽는다. 리그 순위는 물론 각 팀의 선수들 능력과 상관없이 두 팀이 만나면 그야 말로 '축구 전쟁'을 치른다. 관중 수도 3만~4만명이 들어찬다. 올해 K리그 29라운드 기준 평균 관중이 9090명으로 집계된 것을 감안하면 평균 4배 이상 관중이 운집하는 셈이다.

꽉 들어찬 축구팬들의 성원을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선수들은 그야말로 '피 터지게' 축구 경기를 임한다. 몸이 부서져라 뛰며 공을 막는 것은 물론 공을 뺏기 위해 상대편 선수가 부상을 당하든 말든 강한 태클로 기선을 제압한다. 이런 투박하고 터프한 경기 스타일로 인해 선수는 물론 관중들도 슈퍼매치에 더욱 빠져든다. 경기장 밖에선 몰라도 경기장 안에서 만큼은 서울과 수원 선수들은 말 그대로 '적'인 셈이다. 선수들의 투혼과 관중의 열기에 힘입어 현재 슈퍼매치는 K리그의 최대 이벤트 경기로 자리 잡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2009년 세계 20대 더비를 소개하면서 '슈퍼매치’를 7번째에 올려놓았다.

LG와 삼성의 슈퍼매치는 단지 K리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TV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8K TV를 선점하기 위해 서로를 헐뜯고 힐난하며 싸우며 장외 슈퍼매치를 치르고 있다.  LG전자가 삼성전자를 먼저 건드리면서 불꽃 튀는 상호 비방이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초 IFA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 TV는 픽셀 수로는 8K가 맞지만 해상도 기준으로는 8K가 아니다"라면서 공개적으로 삼성전자 QLED 8K TV를 깔아뭉게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LG전자가 계속해서 맹공을 퍼붓자 그간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삼성전자가 반격에 나섰다. 그간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무시 전략을 구사했던 삼성전자가 작정한 듯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LG전자는 곧바로 기술시연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심기를 또 다시 건드렸다.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8K 올레드 기술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QLED 8K TV' 기능 미달이라는 저격을 기자들을 불러놓고 공개적으로 이어간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QLED 8K TV 명칭은 "잘못됐다"며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신고서는 명백히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임에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허위과장 표시광고'라는 내용을 담았다. 삼성전자가 아무런 사회적 약속도 없이 '사과'를 '오렌지'로 지칭하고 마음대로 통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LG전자는 기술설명회에서 "제소할 생각 없다"며 "단지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해 TV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라 말했지만 이틀 만에 말을 바꿨다. LG 8K 올레드 TV가 삼성전자 QLED 8K TV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을 깐 셈이다.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LG전자의 기술시연회가 있던 같은 날 오후 삼성전자도 기술설명회를 열고 LG전자 8K TV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지금이 흑백TV 시대인가"라며 "8K TV 화질은 (LG전자가 주장하는)해상도가 아닌, 컬러 볼륨 등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한 시스템 등을 고려해 평가해야한다"고 맞섰다. LG전자의 신고서 제출과 관련해선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단호하게 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사의 TV는 현재 소비자로부터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아 세계 TV시장에서 13년째 1위를 달성하고 있다"며 LG전자 8K올레드 TV보다 삼성 QLED TV가 시장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비꼬았다. 이어 "국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이 아닌 소모적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소비자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업계에선 8K TV 시장이 점유율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블루오션 시장'일 수도, 혹은 오직 1등만이 살아남는 '레드오션 시장'일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한정된 점유율 안에서 자사의 TV를 팔아야하기에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것. 8K 기술을 놓고 삼성·LG전자가 '상호비방'에 열을 올리는 것도 글로벌 TV 시장의 패권 장악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TV시장에서 8K 제품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명운이 갈릴 수 있는 상황까지 내몰렸다"며 "세계 TV시장의 양대 산맥인 LG·삼성전자의 8K TV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기싸움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LG전자가 먼저 도발한 이상 'TV시장의 슈퍼매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에 걸맞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삼성·LG전자의 으르렁 대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보게될 거란 전망이다. 다만 두 라이벌 사가 서로 으르렁 대면서도 서로를 힐난하는 '복불복' 전략으로 인해 한쪽이 일방적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 경쟁을 통해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창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 TV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기업인만큼 자사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에 도움 되는 '슈퍼매치'가 된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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