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경제] 탄소섬유와 낚싯대
[낚시와 경제] 탄소섬유와 낚싯대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19.10.1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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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영 경제산업부장
전수영 경제산업부장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수소충전소 건설에 가속도가 붙었다. 고속도로휴게소를 시작으로 국회 앞, 정유사 유휴부지 등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수소사회'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미래차에서 세계 최초·최고가 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것도 내연기관에서 수소차로의 전환을 빠르게 이뤄내고 있다는 판단에서인 듯 싶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뼈대와 바퀴만 있다고 수소차가 굴러가지는 않는다. 연료인 고압축수소가 필요하고 그 고압축수소를 담을 수 있는 연료탱크가 있어야 한다. 고압축을 견뎌야 하며 폭발에도 산산조각이 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수소차와 탄소섬유 제조 기술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현재 국내 일부 기업이 탄소섬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본, 미국 기업과는 격차가 있다. 최근 운영을 시작한 수소충전소의 탱크에 사용된 탄소섬유도 일본산 또는 미국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뼈대, 바퀴, 연료탱크가 국산제품이라도 다른 주요부품이 수입제품이라면 일본의 수출규제와 같은 무역 분쟁 발생 시 우리나라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원자재 국산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등만 떠민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충분한 시간과 든든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원을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는 시장은 없는지 꼼꼼히 챙기는 일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탄소섬유 등 수백조 원이 넘는 거대 시장도 있지만 규모가 작은 시장이라도 국산화율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하나의 규모는 작을지언정 여러 개가 모이면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 

낚시 시장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낚시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국산화율은 대략 10% 내외 정도로 보인다. 낚시줄, 봉돌(추), 바늘은 이미 중국산 제품으로 대체된 지 오래고 주요 장비인 낚싯대와 릴은 일본 제품이 주를 이룬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낚싯대지만 카본 시트는 거의 일본산이며 가이드 또한 고가 제품은 일본 가이드를 채택한다. 말만 국산이지 일본과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한국에서 조립하는 모양새다.

낚싯대의 가격을 정하는 요소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카본 시트다. 가격이 비싼 제품일수록 탄성이 좋고 튼튼한 카본 시트를 사용한다. 일본의 낚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큰 시장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카본 시트의 품질 업그레이드를 지속하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우리에게도 우수 품질의 카본 시트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대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낚시 카본 시트 시장은 크지 않아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1000억원 내외로 추정되는 시장을 잡기 위해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하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수소차 연료탱크의 재료도 탄소섬유이고 낚싯대를 감은 시트도 주재료는 탄소다. 공정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니 품질만 확보되면 카본 시트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그런 시장이 있었는지 몰라서 진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제라도 꼼꼼히 따져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진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술이 부족해 진입하지 못한다면 몰라도 몰라서 못하면 안 되지 않을까 싶다.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 그 시작은 다시 한번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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