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디어 시장 합산규제, 언제까지 갈 건가
[기자수첩] 미디어 시장 합산규제, 언제까지 갈 건가
  • 천선우 기자 bluecat@dailyenews.co.kr
  • 승인 2019.11.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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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 SK텔레콤과 티브로드 간의 인수합병에 조건부 승인을 허가했다. 이번 결정에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웃었지만, KT는 그렇지 못했다. 합산규제에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KT 입장에선 눈뜨고 코베이는 형국이다.

이번 승인은 여러모로 시사점이 많다. 정부는 유료방송시장 내에서 중소 사업자들이 자생력이 부족하다고 봤고, 결국 대기업 중심의 재편을 허용했다. 지난 3년 전 결정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당시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의 인수합병 과정을 놓고 독과점을 이유로 불허했다. 피 합병기업인 CJ헬로를 놓고 해석도 달랐다. 과거엔 '독행기업'으로서의 잠재력을 인정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봤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승인과 관련해 유료방송의 디지털화, 글로벌 기업의 합병 사례 등을 근거로 댔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란 것이다. 얼핏 보면 공정위의 '통 큰 결단'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같은 시장 내 2, 3위 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언급하며 몸집 불리기를 허용하면서, 1위 사업자에겐 과거에 적용한 '독과점' 사슬로 재차 옥죄고 있다.

정부의 합산규제가 지난해 6월 일몰된 후 현재 국회 내에 계류 중이다. KT는 무려 1년 5개월 동안 정체된 셈이다. 앞서 유료방송 점유율 6.3%인 딜라이브 인수에 뜻을 내비쳤지만, 관련된 세부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했다. KT 관계자는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합산규제의 늪은 남겨진 중소 유료방송 업계에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 유료방송 업체는 딜라이브와 CMB 둘이다. 국내 대기업 및 해외 인터넷방송서비스(OTT) 기업과의 싸움에서 이들이 살아남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금력도 자체 콘텐츠 개발력도 대기업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매출과 이용자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자본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대기업의 손길이 필요하다. 딜라이브는 지난 2월 8일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딜라이브 는합산규제를 단순히 특정 기업의 독점으로 봐서는 안 되며 사실상 미디어 장벽이 사라진 상황에서 점유율 제한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SO(종합유선방송국)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시점에서 합산규제 재도입은 인수합병 활력을 떨어트릴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국내 업계가 법과 규제 늪에 빠져 지지부진한 사이, 해외 미디어 콘텐츠 기업은 사업 규모를 폭발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OTT 업체인 넷플릭스만 봐도 성장세가 무섭다. 넷플릭스의 2018년 글로벌 매출은 157억9431만달러(약 17조6900억원)이다. 같은해 영업이익은 16억522만달러(약 1조8500억원)로 전년 대비 무려 91.4%나 증가했다. 넷플릭스, 애플,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OTT를 통해 국내 미디어 시장에 발을 들이면 국내 모든 미디어 사업자들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체급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넷플릭스 같은 경우 LG유플러스와 제휴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잠시라도 뜸을 들이는 순간, 시장이 잠식당하는 것은 뻔할 '뻔'자다. 

최근 과학기술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합산규제에 대한 개선에 공감하면서 부처 간 차관급 정책협의체를 구성했다. 합산규제 일몰에 따른 후속대책인 유료방송 규제개선 방안과 관련한 주요 이견을 정리했다. 다만 국회의 벽 앞에 여전히 막혀있다. KT가 만약 딜라이브 인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대기업 중심의 시장 상황은 변함이 없다. 지금도 미디어 시장은 변하고 있다. 공정위의 결정이 국가경쟁력 제고 등 대승적 차원으로 이어지려면 합산규제 폐지라는 진정한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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