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가끔 '꼰대'도 필요하다
[데스크 칼럼] 가끔 '꼰대'도 필요하다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19.12.04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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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영 경제산업부장
전수영 경제산업부장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 과연 어떤 단어의 사전적 뜻일까? 바로 '꼰대'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늙은이' 모두가 해당된다. '늙음'에는 절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10대에게 20대가 꼰대가 될 수 있고 50대도 60대에겐 꼰대가 아니다. 뜻이야 어쨌든 간에 결코 좋은 느낌의 단어가 아닌 것만큼은 확실하다. 꼰대라는 말을 듣고 웃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니 말이다.

기자도 어린 시절, 질서를 안 지키고 막무가내인 어른들을 보며 속으로 꼰대라고 욕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소위 '나이가 벼슬'인 것처럼 논리적으로 따지기보다는 "너 몇 살이야?"라며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목소리 높이는 어른들을 경멸하기도 했다. 참으로 보기 싫었다. 그래도 가끔 아이들의 잘못에 서릿발 같은 얼굴과 목소리로 꾸짖을 때는 절로 고개를 떨궜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어른들의 말씀에 오금이 저리기도 했다. 꼰대라는 생각은 아예 들지도 않았다.

며칠 전 일이다. 지인들과 가볍게 소주 한잔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1학년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 여럿이 큰 소리로 떠들며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승객 일부는 학생들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거나 못마땅해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이어폰을 꽂고 학생들의 소란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전동차 내부는 학생들의 목소리로만 가득했다. 참다 못해 학생들에게 가서 "여기가 너희들 놀이터야. 다른 사람들도 타고 있는데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면 되겠어"라고 호통을 쳤다. 일순간 아이들은 조용해졌다. 얼굴에는 불만스러운 표정이 가득했지만 꾹 참는 모습이었다.

몇 정거장을 지나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릴 준비를 했고 문이 열리자마자 학생들은 우르르 뛰어나가며 나를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야 이 꼰대야"라고. 학생들이 말이 귀에 꽂혔지만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난 분명 아저씨이며 꼰대로 보일 수 있으니까. 그래도 다른 이의 일에 끼어들기 싫어서였던지 아니면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서였던지 공공장소에서의 소란을 못 본 척했던 다른 이들보다는 '어른값'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갈수록 자기중심적인 사회가 돼 간다. 대가족이 해체된 지는 오래고 핵가족도 1인가족으로 더 세분화됐다. 남의 일이 참견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됐다.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모른 체한다. 그래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세상이 돼버렸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기자의 행동이 안 맞을지 모른다. 그래도 문제를 보고도 눈 감아버리는 것은 어른의 도리가 아니라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공익을 위해 잘못을 꾸짖는 꼰대는 필요치 않을까 싶다. 후생가외(後生可畏)도 가슴에 새겨야겠지만 선생(先生)의 도리도 잊지 않는 꼰대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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