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子 사과 주고받으며 표면적 봉합됐지만 '신뢰회복 어려워'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경영권을 둘러싸고 한진가(家)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조원태 회장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남매의 난'에 이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의 '모자의 난'까지 일으키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 잡음이 지속되자 한진그룹 주주들 사이에서도 오너 일가는 물론 조 회장에게도 등을 돌린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조 회장 경영권은 내년 주총에서 박탈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실제 한진그룹은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재선임 안건이 다뤄지는데, 만약 부결되면 조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4일까지다.
한진 그룹 오너 일가 지분은 가족끼리 똘똘 뭉쳐야 외부 주주에 경영권을 뺏기지 않는 구조로 이뤄졌다. 지분구조를 보면 오너 일가는 총 28.94%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조 회장이 6.52%, 조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 이명희 고문 5.31%를 각각 갖고 있다.
여기에 강성부 펀드라 불리는 KCGI(지분율 17.29%), 한진그룹의 우군 델타항공(지분율 10%), 반도건설 계열사(한영개발, 대호개발, 반도개발 등 6.28%) 등 오너 일가를 뺀 4대 주주를 구성했다.
우선 KCGI는 한진그룹 일가와 평행선을 유지하며 견제세력으로 알려졌고, 현재 한진그룹 추가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선 KCGI가 오너 일가를 견제하기 위해 반도건설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까지 물밑 작업을 하면서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KCGI는 조 회장 재선임 안건을 부결할 만한 실탄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올해 순이익이 급감했는데, 이것이 조 회장에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진그룹은 3분기 기준 매출 3조2830억원, 영업이익 11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7%, 영업이익은 70% 급감했다. 적자전환은 면했지만 주주들의 배당금은 순이익 급감으로 확 줄어든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주들은 내년 주총에서 조 회장에게 실적 압박에 따른 조원태 회장의 자질론을 걸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설상가상 재계는 이번 실적 악화를 두고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간 갈등의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봤다.
조 회장은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며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공교롭게도 조 전 부사장이 몸담았던 호텔, 레저 사업 쪽에 인력을 대거 축소했다.
결국 이것이 화근이 돼 남매의 난으로 이어졌다는 중론이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조 전 부사장 측근들은 해고되거나, 정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선 하루빨리 경영에 복귀해 자신의 측근들을 보호해야 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에게 "협의해 나가자"며 몇 차례 제안했지만 조 회장은 이를 무시로 일관했고, 결국 참다 못한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를 위해 다른 주주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폭탄 발언을 하며 '남매의 난'까지 벌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까지 한진그룹에서 호텔‧레저 사업을 맡았다"면서도 "공교롭게도 한진그룹 실적 부문에서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것이 바로 호텔‧레저 사업"이라고 했다.
이어 "조 전부사장의 경영 참여에 대한 계속된 호소에도 조 회장은 시종일관 무시로 일관해 왔다"며 "조 전 부사장은 이런 조 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다른 주주와의 연대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분석했다.
일단락됐어야 할 남매의 난에 불을 지피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크리스마스인 25일 공개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의 '모자의 난'이 그것이다.
이날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막말과 욕설을 하며 다툰 것으로 알려졌고 분에 못이긴 조 회장이 집에 있던 화분과 유리 거울을 부쉈다는 것이 모자의 난의 주 내용이다. 또한 깨진 유리 파편으로 인해 이 전 고문은 팔에 상처가 났다.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성탄절 다툼에 한진가에 대한 비판 여론은 물론 주주들 사이에서도 신뢰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재계 시각이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은 이를 의식한 듯 30일 사과문을 내고 "잘못했다", "수용한다", "잘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봉합됐을진 몰라도 이번 사태로 인해 조씨 일가를 향한 주주들의 신뢰는 더욱 하락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