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로에 선 조원태 회장, '자승자박'되기 전 조현아 경영복귀 찬성해야
[기자수첩] 기로에 선 조원태 회장, '자승자박'되기 전 조현아 경영복귀 찬성해야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19.12.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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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가족과 협의 없이 회사를 운영하는 조원태 회장의 독단적 경영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른 주주와 협의해 나갈 것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단단히 화났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조 회장의 독단적 경영을 막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 독기를 품은 이유로 조 회장이 자신의 경영복귀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약 3년 4개월 동안 자숙했다.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보름 만에 다시 한번 경영에서 물러났다. 동생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물 컵을 집어던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동생과 함께 또다시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것이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경영복귀를 원했지만 지난달 발표한 한진그룹 정기 인사에서 조 회장의 반대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못했다. 반면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지난 6월 경영에 복귀했다. 설상가상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영역인 호텔, 레저 사업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에 "협의해 나가자"고 몇 번 경고했지만 그때마다 조 회장은 무시로 일관했다는 게 조 전 부사장 측 설명이다.

일각에선 조 회장이 이런 행보를 두고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견제하는 것 외엔 다른 이유가 없다고 한다. 동생인 조현민 전무는 국적상 외국인 신분이기에 한진그룹을 직접 경영할 수 없지만 조 전 부사장은 다르다는 것이다. 견제를 통해 언제든 경영권을 조 회장에게서 쟁탈할 수 있다.

실제 한진그룹은 지난 4월 고(故)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고, 그룹 내부에서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난기류가 포착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 관련 서류가 지연 제출됐던 것이 대표적이다. 한진그룹은 공정위가 지정한 발표일 5월 9일까지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결국 공정위는 우선 장남인 조 회장을 한진그룹 회장에 임시 등재했다. 이때부터 재계에선 바로 삼 남매 갈등설이 나왔다. 삼 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동일인 지정에 반기를 든 배경이 되기도 했다.  

달리 말해 만약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 조 회장의 견제세력, 더 나아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췄다 뜻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남매의 갈등 그 자체에 있다. 남매의 난이 회복될 수 없이 커지면 조 씨 일가는 경영권 자체를 잃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효성이나 롯데그룹과 같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쓰러트려 경영권을 쟁취하는 '형제의 난'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남매끼리 경영권을 놓고 싸우다 경영권이 외부 주주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자칫 '자승자박'을 당할 수 있다.

조 씨 일가 지분율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선친인 조양호 전 회장은 살아생전 "가족끼리 협의할 수밖에 없는 지분 구조"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한진가 지분구조를 보면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다.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부사장 6.49%, 조현민 전무 6.47%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5.31%이다. 조 전 회장의 우려대로 어느 한 명의 지분이 엇나가면, 경영권 자체를 조 씨 일가가 손에 쥘 수 없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외부에는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리는 강력한 세력인 그레이스홀딩스(KCGI)가 있다. KCGI는 남매의 난이 불거진 23일 지분을 17.29%(기존 15.98%)로 늘리기도 했다. 4대 주주인 반도건설 또한 지난 10월 주식을 또 사들여 기존 5.06%에서 6.28%로 지분율을 늘렸다. 두 지분을 합치면 23.57%. KCGI가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반도건설을 비롯해 나머지 소액주주들과 물밑작업을 시도해 지분율을 늘리면 조 씨 일가 지분의 턱밑까지 쫒아오게 된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회장 압박용 카드로 KCGI를 언급했다. "말이 통하는 어떤 주주와도 대화를 통해 협의해 나가겠다"며 KCGI와 대화 가능성을 열며 으름장을 논 것이다. 만에 하나 남매가 완전히 적이 되면 조 전 부사장과 우군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주식이 KCGI 쪽으로 연대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조 씨 일가 경영권 박탈은 물론 조 회장마저 회장 직을 잃을 수 있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23일까지다. 만약 내년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면 그룹 경영권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은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지분구조 확보를 위해서라도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에 찬성표를 던지느냐, 아님 사내이사에서 물러나 배당금을 받고 사느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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