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기업은행, 고객은 안중에도 없나
[기자수첩]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기업은행, 고객은 안중에도 없나
  • 천태운 기자 danbi@dailyenews.co.kr
  • 승인 2020.01.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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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운 경제산업부 팀장
천태운 경제산업부 팀장

[데일리e뉴스= 천태운 기자] 조준희·권선주·김도진 전 행장 등 3차례 연속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한 기업은행이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면서 홍역을 앓고 있다. 청와대가 새 기업은행장에 윤종원 전 경제수석을 임명하자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거세게 반발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는 경제관료 출신인 윤 행장을 낙하산 행장으로 규정하고 13일째 출근 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윤 행장은 바른 경영을 핵심어로 제시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하겠다며 노조와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그는 노조의 출근 저지에 가로막혀 정상 출근을 하지 못하고 본점 대신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해 업무를 보고 있다. 윤 행장은 제 집 놔두고 이게 웬 생고생이란 말인가. 윤 행장은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 금융기관 급여가 높다는 발언으로 조합원들을 자극해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그가 은행권의 임금이 높은 부분을 생산적인 곳에 자금을 투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말이었으나 조합원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

이번 사태로 기업은행은 올해 경영 계획을 제대로 짜지도 못하고 있다. 수석 부행장 등 임원 인사와 임기가 끝난 IBK연금보험, IBK투자증권 등 계열사 대표 인사가 지연되면서 내부 인사는 손도 되지 못한 채 올 스톱됐다. 은행 내부에서 경영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노조는 한술 더 떠 한국노총을 끌어들여 총파업도 불사하며 전면전에 나설 기세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세 번째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직접 윤 행장 인사를 언급하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기업은행장 인사권자는 정부라며 낙하산 논란을 불식시켰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인사권을 거론하며 노조에게 윤 행장은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 대통령은 노조에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행이 해야 할 중소기업 지원에 더욱 매진할 것을 당부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신임 행장 인사 문제로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려운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 중소금융의 대표주자인 기업은행이 앞장서야 한다. 낙하산 논란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기업은행 발전에 득 될 게 없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은행 간 경쟁은 격화돼 올해도 녹록지 않은 금융 환경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은행 전 직원이 일치단결해 위기에 대응하고 변화와 혁신의 노력에 집중해야할 이 시점에 신임 행장 인사 문제로 혁신의 동력을 잃고 고객은 뒷전인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윤 행장과 노조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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