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사가 항공사 경영에 참여하며 생긴 '나비효과'
[기자수첩] 건설사가 항공사 경영에 참여하며 생긴 '나비효과'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20.01.2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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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지난해 항공시장은 여러 이슈로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홍콩 사태, 반일 감정, 미중 관계 악화 등 외적요인으로 인한 실적부진으로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한 항공사가 있는가 하면,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남매의 난과 모자의 난을 일으켜 막장드라마를 연출한 항공사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건설사의 항공사 인수합병 경영권 참여다. 세계 어디를 봐도 찾아볼 수 없었던 어색한 만남이 국내 건설업계와 항공업계에서 이뤄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며 올해 본격 항공 사업에 뛰어들었고, 반도건설은 대한항공 주식을 8.28%까지 보유하며 대한항공 경영에 참여한다고 공식화했다. 반도건설은 대한항공 경영 전면에 나서진 않겠지만 조원태 회장이 직을 계속해서 유지해나갈지, 혹은 내려앉힐지를 결정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그만큼 한진그룹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건설사의 항공사 참여는 뜬금없는 것을 넘어 다소 황당하다는 시각이 많다. 건설업과 항공업은 분야의 사업적인 특성 자체도 다르고 건설과 항공의 시너지를 낼만한 어떤 요소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꾸역꾸역 공통점을 찾는다면 같은 국토교통부의 정책적 산하에 놓였다는 점이다. 여기에 항공 산업은 외부 여러 악재들과 겹쳐 더 이상 블루오션 시장이 아니다. 국토부의 항공 면허권 남발로 항공업계 질서는 이미 어지럽혀진 상태다.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공급은 과다 상황에 놓인 바람에 이미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이 됐다. 실제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전망과 관련해 "버텨보자"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해 구조조정 한파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 만큼 올해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면 항공업 종사자의 설자리는 더이상 없기 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HDC현산, 반도건설 등 건설사들은 항공사의 인수 혹은 경영에 참여해 경영의 위기를 겪는 해당항공사에 활발히 투자 중에 있다.

왜 그럴까. 이유를 곱씹어보니 두 업계의 만남은 시련을 같이 겪는 시의성에서 비롯됐다. 과거 건설사들은 분양이 지지부진하거나 여건이 좋지 않아 사업에 발목이 잡혔을 때마다 사업다각화란 명목 하에 임대 사업 등 부동산 분야에 문어발식 사업을 벌이곤 했다. 분양 사업 대신 그보다 하위 버전인 임대사업 등 다른 부동산 사업으로 분양에서 거둬들이지 못한 실적을 같은 직종 다른 분야에서 메우곤 했던 것.

그러나 이젠 정부 규제로 이런 '꼼수 사업 다각화'는 언감생심이 됐다. 결국 분양 및 해외 수주 부진으로 인해 건설사들은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려야 했고 때마침 경영난에 허덕이는 항공사들도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던 건설계와 항공계의 만남이 시기적절한 사업부진으로 어려운 시기를 같이 겪으며 어울리진 않지만 이해할 수 있는 만남을 열게 된 것이다.

건설사의 항공사업 참여는 건설업계에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현재 건설업계는 항공사업뿐만 아니라 금융·배터리·프롭테크 등 이색 신사업에 뛰어들며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은 장기간 조정국면에 접어들었고, 해외시장은 미국·중국·중동 분쟁 등 대외 여건이 악화돼 새로운 먹거리 없이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뭐라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사업다각화까지 오게 된 것.

사업다각화를 망설였던 건설사들이 HDC현산과 반도건설을 보면서 과감히 사업다각화를 진행 중에 있다. 더 이상 건설사들이 분양 등 주택사업이 주 사업이 아니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올해 건설업계는 건설사의 다채롭고 흥미로운 사업들을 들여다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다각화된 사업들이 자리 잡게 되면 복잡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향후 건설업 판도 변화도 예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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