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성·양양, 바닷가도 시장도 '텅' 비었다
속초·고성·양양, 바닷가도 시장도 '텅' 비었다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20.03.0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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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카페, 식당들 모두 한산··· 자신보다 타인 걱정 앞서

[데일리e뉴스(속초)= 전수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전국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일부 공장들은 멈췄고, 많은 이들이 집에 틀어박혔다. 나라 전체가 삐거덕거리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에서 바다를 보고, 먹거리를 즐기기 위해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 강원도 속초·고성·양양이다. 푸른 바다와 함께 싱싱한 해산물이 즐비한 이곳은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지난 7~8일 이틀간 방문했던 속초·고성·양양은 그야말로 '텅' 비었다.

지난 7일 속초 대포항에서 맛본 오징어순대와 튀김. 이 튀김을 먹는 동안 다른 손님은 일절 오지 않았다. (사진=전수영 기자)
지난 7일 속초 대포항에서 맛본 오징어순대와 튀김. 이 튀김을 먹는 동안 다른 손님은 일절 오지 않았다. (사진=전수영 기자)

첫 번째로 찾은 곳은 바로 대포항이었다. 대포항은 주변 환경이 정리가 잘된 곳으로 유명하다. 포구는 둥그렇게 꾸며져 있고, 주변으로는 횟집, 밥집이 즐비하다. 회를 먹으면 홍게라면을 서비스로 주는 곳도 있어 식도락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대포항에는 튀김류를 파는 곳들이 모인 구역도 있다. 이곳에서는 강원도의 특산물인 오징어로 만든 오징어순대를 맛볼 수 있다. 게다가 ‘방게’ 튀김도 먹을 수 있다.

주말이며 사람들로 붐비던 이곳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화창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한 튀김집을 찾아 요즘 장사가 어떻냐고 물어보니 “코로나19로 정말 장사가 안 된다. 이번 주에는 주중에 아예 문을 열지도 않았다가 그나마 주말이라고 문을 열었는데 손님이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실제로 대포항 광장에도 가족끼리 온 듯한 여행객을 제외하고는 발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속초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속초중앙시장에도 사람이 없다고 한다"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가지 말라는 방송이 있기도 했지만, 여행객들이 아예 사람이 많은 곳을 찾지 않으니 오죽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줄지어 늘어선 식당들 사이를 걸어봤지만 음식을 먹는 손님은 열 명이 채 넘지 않았다. 방파제 앞에 위치한 호텔은 사시사철 투숙객으로 붐볐지만, 이날은 뜨문뜨문 보일 뿐이었다.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방파제에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규모가 큰 항구 중 하나인 대포항이 이 정도라면 인근 작은 항구는 더하면 더했지 낫진 않을 것 같았다.

양양전통시장 입구. 행인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전수영)
양양전통시장 전물. (사진=전수영)
양양전통시장의 한 골목. 행인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전수영)
양양전통시장의 한 골목. 행인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전수영)

대포항을 뒤로 하고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양양시장으로 향했다. 양양전통시장은 4. 9일 오일장이라 이날은 장이 서지 않았다.

오일장이긴 해도 상설시장이기도 해 주변 지역에서도 많이 찾는 곳이지만 골목마다 한산했다.

2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넘쳐나는 사람과 가격을 흥정하던 이들로 웅성거렸지만, 코로나19에 지친 상인들은 그저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 수수부꾸미와 메밀전을 파는 가게에 들러 "손님이 없느냐"고 묻자 "어디 있겠어요?"라고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살짝 미안했던지 "초반에 속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견됐을 때만 해도 잠깐이면 지나가겠지 했는데 그 사람들이 퇴원했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손님에게 팔기 위해 아침부터 만들었을 수수부꾸미, 메밀전, 깻잎전 등은 거의 그대로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찾는 손님이 없었던 것 같았다.

골목을 나와 시장 입구의 분식집을 들렀다. 점심때가 조금 지난 시간이어서 그런지 그나마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을 먹는 손님 한 명과 포장을 위해 음식을 기다리던 또 다른 손님 한 명이 있었다.

조심스레 주인에게 코로나19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더니 한숨을 쉬며 “그나마 저희처럼 조그맣게라도 점포가 있으면 좀 낫지만, 오일장만을 다니시는 분들은 손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두 번 장이 안 섰는데, 오는 9일장도 안 선다. 우리도 이렇게 장이 안 서면 한 달에 1000만원 정도 매출이 빠진다"며 "오일장 다니시는 분들은 2000만~3000만원 손해도 본다고 하니 그분들이 더 큰일이다"고 다른 이를 더 걱정했다.

분식집 주인은 "강원도도 그렇지만 전국이 모두 다 난리인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사라져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원도 고성의 봉포해수욕장. 사람이 많을 시간이지만 해변을 찾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전수영)
강원도 고성의 봉포해수욕장. 사람이 많을 시간이지만 해변을 찾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전수영)

이튿날 속초시와 인접해 있는 고성군의 봉포해수욕장을 찾았다. 봉포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길이가 길어 여름이면 많은 이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곳이다. 또한 한가한 곳을 찾는 이들에게도 찾는 곳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나와 있을 시간인 오후 1시쯤에 봉포해수욕장에 나가봤지만 20여 명 정도가 바닷가 바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인근 주변 카페와 숙소에 사람들이 보여 속초와 양양에 비해 활기를 띠었다.

해변가에 위치한 조그만 카페 주인은 "지금쯤이라면 주말에 손님들로 꽉 차 있을 시간임에도 이렇게 비어 있다. 놀러 온 분들도 밖으로 잘 안 나오는 것 같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다들 힘들어하는데 빨리 코로나19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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