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 '계획된 적자' 점검할 때
[기자수첩] 쿠팡, '계획된 적자' 점검할 때
  • 김태희 기자 alttab235@naver.com
  • 승인 2020.03.31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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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경제산업부 기자

[데일리e뉴스= 김태희 기자] 돈이 돈을 부른다. 뛰어넘지 못할 벽이라도 돈을 쌓아 올려 밟고 뛰어넘는 것. 이것이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투자방식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하면서 이 공식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손 회장이 지난 23일 소프트뱅크그룹의 자산 4조5000억엔(약 51조원)을 매각한다는 긴급처방을 내렸다. 현금을 확보해 자사주를 취득하고 부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소프트뱅크그룹이 흔들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손 회장의 투자기업들이다. 아직 성공신화를 써내지 못한 기업들에게 지금까지처럼 대규모 투자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손 회장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2015년 6월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이어, 2018년 11월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를 추가로 수혈 받았다. 총 30억달러(3조6720억원)다.

쿠팡의 실적은 손 회장의 투자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2014년 348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5년 1조1377억원을 기록하고, 2018년에는 4조4227억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문제는 매출과 함께 적자도 늘었다는 것이다. 영업손실은 2014년 1215억원에서 2015년 5470억원으로 4.5배 늘었다. 두 번째 투자를 받은 2018년에는 적자만 1조97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누적 적자는 4조3480억원에 달한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하지만 투자공식에서 적자란 결국 메워야 하는 구멍일 뿐이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도 쿠팡의 몸집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시장은 커졌지만 극에 치달은 가격경쟁 때문에 전문가들은 레드오션이라고 분석한다. 마진이 남지 않는 것이다. 물류센터에 돈을 쏟아 붓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류 시스템을 최적화해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는 게 목표다.

경쟁자도 늘었다. 과거 위메프와 티몬을 상대하던 쿠팡은 이제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대기업과 경쟁한다. 마켓컬리가 내놓은 새벽배송을 쿠팡이 발 빠르게 시행한 것처럼 유통공룡들도 최저가경쟁, 자체브랜드(PB) 상품 확대, 익일·당일·새벽배송 등을 앞다퉈 서비스한다. '소비자에게 먹히는 방식'이라면 스타트업, 대기업 가리지 않는 것이 유통시장에서 살아남는 불문율인 셈이다.

쿠팡은 손 회장의 투자를 발판 삼아 로켓배송을 실현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5년 당시 "로켓배송은 고객경험의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고객의 삶의 질 향상은 다시 쿠팡에 대한 고객충성도로 보답받을 것"이라며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5년 전 로켓배송에 대한 그의 예견은 맞아떨어졌고 실제로 쿠팡은 5조원 매출을 바라보는 이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났다. 유통공룡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진짜 벽을 뛰어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미 해답을 알고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해답은 고객에 있다. 로켓와우클럽, 로켓프레시, 쿠팡이츠 등 고객서비스를 확대했지만 현 시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비슷하다는 것이 문제다. 쿠팡의 차별점은 아직도 쿠팡맨밖에 없다.

쿠팡은 이제 선발주자에서 후발주자로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 손 회장의 투자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위워크는 기업 상장을 포기했고 원웹과 브랜드리스는 최근 파산 신청을 했다. 쿠팡은 기로에 서있다. 5년 전 로켓배송과 같은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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