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가정간편식 시장··· 차별화 경쟁 치열
질주하는 가정간편식 시장··· 차별화 경쟁 치열
  • 김태희 기자 alttab235@dailyenews.co.kr
  • 승인 2020.07.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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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수요 급증··· 1인가구~4050세대까지 확대
1세대 '3분요리'부터 4세대까지 끊임없이 진화하는 HMR
식품 제조사부터 대형마트·편의점·식자재까지 '너도 나도'
G마켓에서 판매된 가공식품 판매 신장률과 올해 상반기 연령별 구매 비중. (사진=G마켓)
G마켓에서 판매된 가공식품 판매 신장률과 올해 상반기 연령별 구매 비중. (사진=G마켓)

[데일리e뉴스= 김태희 기자]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두고 식품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품업계는 물론 제조사와 유통업계까지 자체브랜드(PB)를 내세우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6823억원에서 2018년 3조2000억원으로 신장률 90.2%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22년 시장 규모는 5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식품업계가 실제 체감하는 성장세는 이보다 훨씬 빠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밥'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정간편식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인가구와 맞벌이부부 등 젊은 층을 벗어나 40대와 50대 중·장년층까지 소비대상이 넓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G마켓에서 가정간편식을 구매한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46%), 50대(17%)가 총 63%로 과반수의 비중을 차지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초기 가정간편식이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현 세대는 전문점 수준의 맛과 품질까지 갖췄다"며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난 만큼 식품업계가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다양한 가정간편식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HMR··· 전통 강자 CJ제일제당·오뚜기

'비비고 국물요리' 변천사. (사진=CJ제일제당)
'비비고 국물요리' 변천사. (사진=CJ제일제당)

시대 흐름에 맞춰 가정간편식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동원F&B 등이며 후발주자로 참여한 아워홈과 청정원, 유통업체 중에서는 이마트의 피코크가 대표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년 작성한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간편식은 총 4세대로 분류된다. 먼저 오뚜기가 1981년 '3분 요리' 시리즈로 가정간편식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1987년에 출시한 해태의 고향만두도 냉동간편식의 시작으로 꼽힌다. 이어 1996년 CJ제일제당이 즉석밥 햇반을 출시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2002년 농심의 햅쌀밥, 2004년 오뚜기밥, 2005년 동원F&B의 센쿡 등도 즉석밥 시장에 합류했다.

가정간편식의 2세대로 분류되는 것은 용기 죽과 냉동식품이다. 동원F&B의 양반죽이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CJ제일제당이 2018년에 합류했다. 지난해 죽 시장의 시장점유율은 동원F&B 43.5%, CJ제일제당 36.6% 수준이다.

냉동식품 중에서는 만두가 2세대의 핵심으로 꼽힌다. 동원F&B가 개성 브랜드로 냉동만두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이어 CJ제일제당도 비비고 왕교자 등을 선보였다. 2010년 후반에 들어서 냉동만두 시장이 커지자 풀무원도 시장에 가세해 '얇은피 꽉찬 속 만두'를 내보였다. 특히 풀무원은 2018년 시장점유율 10%로 4위였으나 2019년 20%에 육박하면서 2위로 올라섰다. 신세계푸드의 올반도 '육즙가득 짬뽕군만두'와 '명란군만두' 등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는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간편식 3세대에는 즉석조리식품과 밥이 합쳐진 '컵밥'이 등장한다. 컵밥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편의점 한편을 빼곡히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컵밥 시장은 '햇반 컵반'과 '오뚜기 맛있는 컵밥'으로 경쟁구도가 만들어진 상태다.

이외 냉동볶음밥과 국, 탕, 찌개 등 국물요리도 생겨났다. 동그랑땡과 불고기, 떡갈비 등 한식 조리 반찬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끔 먹는 간편식이 아니라 진짜 집밥을 표방하는 상온음식과 냉동식품들로 종류가 다양해진 것이 특징이다. 대표 상품으로는 청정원의 설렁탕과 오뚜기의 동그랑땡, 피코크의 순희네빈대떡, 비비고의 언양식불고기, 풀무원 봄나물밥 등이 있다.

3세대가 2013~2014년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이었다면 4세대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다. 특히 원물제어 기술로 고온살균을 해 음식의 보관기간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재료의 원 모습과 맛과 품질을 살린 것이 성공요인이다.

해당기술은 국물요리에서 강세를 드러냈다. 국물요리 HMR 선두주자는 CJ제일제당으로 2016년 6월 첫 선을 보인 '비비고 국물요리' 시리즈가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비비고 국물요리 시리즈는 출시 이후 4년간 누적 판매량 2억2000만 개,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4월 기준 시장점유율은 40%로 3년 연속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주력 상품은 집에서 쉽게 조리할 수 없는 육개장이다. 이외 사골곰탕과 된장찌개, 소고기미역국, 갈비탕, 감자탕, 순댓국 등이 있으며 2019년에 들어서 수산식품을 이용한 알탕과 동태탕까지 총 23종류의 국물요리를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프리미엄 국물요리'로 차별화 전략을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출시한 '비비고 차돌육개장'을 시작으로 연매출 2000억원이라는 목표도 발표했다. 아울러 프리미엄 HMR 브랜드 '더비비고'의 론칭 소식도 업계에 알려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더비비고는 가정간편식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고 인식될 수 있는 미래형 HMR 브랜드"라며 "기존의 육개장과 삼계탕 등의 제품 품질을 높여 재출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없던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비비고는 비비고와 이름만 연관될 뿐 전혀 새로운 브랜드로 구상하고 있다. 구체적인 제품과 출시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경쟁사인 오뚜기는 차별화 전략으로 전국 각 지역의 대표 국물요리 6종을 최근 출시했다. 이름 역시 ▲의정부식 부대찌개 ▲서울식 설렁탕 ▲수원식 우거지갈비탕 ▲안동식 쇠고기국밥 ▲남도식 한우미역국 등으로 지역 대표 음식을 집에서 먹는다는 마케팅 전략이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는 수산간편식에 대한 수요도 공략하고 있다. 생선구이를 좋아하지만 손질이 어렵고 연기나 냄새 등으로 집에서 요리하기 어렵다는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했다. 지난해 5월 오뚜기가 '렌지에 돌려먹는 생선구이' 3종을 먼저 선보였고, 석 달 뒤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생선구이'를 출시했다. 또 지난달에는 오뚜기가 꽁치와 고등어를 사용한 '간단한끼 생선조림' 3종을 출시하며 수산간편식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산간편식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맞춰 업계도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면서 "간편식을 찾는 사람들이 중·장년층까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생선구이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루오션 HMR 공략에 '너도 나도'··· 차별화 전략만이 살길

HMR 브랜드 '라라밀스' 제품. (사진=삼성웰스토리)
HMR 브랜드 '라라밀스' 제품. (사진=삼성웰스토리)

HMR 시장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자 이를 공략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급식·식자재 전문기업 삼성웰스토리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라라밀스'를 론칭했다. 신제품은 불고기 3종과 나물밥 3종 등 총 20종이다. 삼성웰스토리가 발표한 라라밀스의 연매출 목표는 2025년기준 2000억원이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가정간편식 사업을 지난 몇 년간 면밀히 검토해 왔다"며 "40여년 동안 단체급식을 운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양 설계와 메뉴 개발 역량 등 가정간편식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올 연말까지 총 60종으로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품제조사인 농심도 최근 HMR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농심이 2017년 론칭한 HMR 브랜드 쿡탐은 지난해 12월 부대전골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새우깡 국물라볶이'와 감자탕을 출시했다. 쿡탐 감자탕은 뼈를 제거하고 살코기만 넣은 것이 특징이다. 농심은 올 하반기에도 소비자가 선호하는 국밥과 라볶이 등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어른용뿐만 아니라 어린이용 가정간편식도 나타났다. HMR 브랜드 '안주야'를 운영하고 있는 대상 청정원은 '집으로ON'을 통해 어린이볶음밥을 출시했다. 메뉴는 ▲뿌리야채랑 한우 ▲새우랑 계란 ▲안매운 김치랑 목살 ▲카레랑 닭안심 4종류다. 야채와 고기를 적절히 배합하고 백김치를 이용하는 등 어린이 입맛에 맞춰 기획한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의 피코크도 유명 맛집과 HMR 협업을 진행하며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50여종인 '고수의 맛집' 제품을 연말까지 100여종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미슐랭 1스타 맛집과 협업해 20여 종의 '미슐랭 피코크'를 선보이는 데 힘을 쏟는다. 앞서 출시한 '미슐랭 피코크 진진 멘보샤'가 6개월 만에 10만 개 이상 판매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도 HMR 브랜드 '요리하다'를 운영하고 있다. 국, 탕, 찌개 등 국물요리에 집중하며 집밥 대체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까지 요리하다가 출시한 메뉴는 500여개이며 올해 안에 83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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