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이란-이스라엘 충돌로 발등에 불 떨어진 원유 수급
[김병호 칼럼] 이란-이스라엘 충돌로 발등에 불 떨어진 원유 수급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4.04.1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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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터질 게 터지고 말았다. 이란이 14일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규모 심야 공격을 단행했다. 앞서 미국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는데 실제로 공격이 이뤄진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드론 185대, 순항미사일 36기, 지대지 미사일 110기 등 모두 330여기의 무기를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중 99.9%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비밀리에 상대방 국가의 핵심 인물을 죽이거나 핵심 군사시설을 파괴해왔는데 이를 ‘그림자 전쟁’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림자 전쟁이 실제 전쟁으로 번진 것이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된 이래 처음이다.

이란은 확전을 우려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은 “여기까지”라고 하면서도 이스라엘이 반격하면 2배로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하겠다고 밝혔다가 미국과 통화 후 보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보복한다면 전 세계가 걱정하는 5차 중동전쟁이 벌어질 우려가 크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장을 견제하기 위해 이따금 핵시설을 폭격해 왔다. 이란이 핵으로 무장한다면 이스라엘은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장 입장이 곤란한 나라는 미국. 지금도 이스라엘이 무장단체 하마스의 민간인까지 공격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고, 미국은 이스라엘 총리에게 하마스와의 전쟁을 빨리 끝내도록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말을 듣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해 이스라엘이 반격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중동에서 전쟁이 나길 바라지 않는다. 미국은 지금도 우크라이나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중동에서 전쟁이 나면 힘이 분산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란의 이번 공격은 결국 이스라엘의 반격을 부르고, 전쟁이 확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은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행히 이스라엘이 미국과 소통 후 보복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스라엘이 언제든 보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은 일단 이스라엘 편에 섰지만, 이스라엘에 대해 이란에 보복하지 말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이스라엘의 반격이 커지면 5차 중동전이 벌어지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11월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해서다.

5차 중동전이 벌어지면 세계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이 사실상 막힌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제 유가는 부르는 게 값이다. 유가가 뛰면 세계 경제는 휘청이고, 최악의 경우 공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유가로 인해 글로벌 원자잿값이 오르고, 물가도 덩달아 오른다. 해상운임도 대폭 오른다. 물가가 오르면 미국의 금리 인하도 물 건너간다. 세계 경제가 하루아침에 침체의 수렁으로 빠진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다. 중동산 원유가 제때 수입되지 않으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공장을 돌리는 것도 어렵다. 산업계도 난리고, 가정도 높은 에너지 비용으로 고통을 겪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날 바로 ‘중동사태 관련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유가와 공급망 관리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은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 게 문제다. 

정부는 어떻게든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원유값 상승, 원자잿값 인상,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모든 게 글로벌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선다고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야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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