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현대차··· 왜 '싸구려' 취급하고 '악당'들만 탈까?
영화 속 현대차··· 왜 '싸구려' 취급하고 '악당'들만 탈까?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19.12.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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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잘 나는 차‧세컨드카·경제적 하층민이 타는 차로 인식
대중적인 차 이미지 강해··· 주인공 차 되려면 프리미엄 차로 거듭나야
니이브스 아웃 영화 안에서 현대자동차는 포드에 추격당한다. (사진=나이브스 아웃 영상 캡처)
나이브스 아웃 영화 안에서 현대자동차는 포드에 추격당한다. (사진=나이브스 아웃 영상 캡처)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더 밟으라고!! 내가 지금 가장 후회하는 게 뭔 줄 알아? 내 차(아우디)를 안 가져왔다는 거야."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뿐 아니라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심장 쫄깃한 전개로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영화 후반부에 추격전이 벌어진다. 사실 추격전이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영화 속 현대자동차는 싸구려 취급을 받는다. 극 중 랜섬은 현대차를 타고 있다는 걸 후회한다며 이 말을 남긴다. 아우디를 안 가져온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말할 정도.

스포일러 없이 이 영화 줄거리를 간략히 설명하면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할런 트롬비(크리스토퍼 플러머)는 85년째 생일에 사망한다.

이유는 약물 과다. 마르타 카브레라(아나 데 아르마스)는 평소대로 할런에게 약을 주사하고 집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3mg만 투여해야 하는 모르핀을 실수로 100mg 투약한다. 살 수 있는 시간은 딱 10분. 마르타는 해독제인 날락손도 찾지 못한다. 할런이 할 수 있는 것은 유일한 친구인 마르타를 보호하는 것. 결국 할런은 스스로 목에 칼을 그어 자살로 위장한다. 

할런의 사망 1주일 후인 추도식 날, 갑자기 경찰 2명과 사립 탐정가인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이 들이닥친다. 블랑은 범죄 사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가족들에게 당일의 행적을 물어본다.

수사망이 점점 좁혀오자 극 중 휴 랜섬 드라이스데일(랜섬·크리스 에반스)은 마르타에게 검시소를 방문, 증거인멸을 하자고 제안한다.

랜섬과 마르타가 검시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검시소는 모조리 불타버렸고, 이 와중에 브누아 블랑이 차 안에 있는 마르타와 랜섬을 알아본다. 당황한 랜섬과 마르타는 도주하며 추격전이 벌어진다.

마르타가 탄 차는 미국명 '엑센트'로, 국내에선 '베르나'로 팔렸던 현대차의 차량이다. 일각에선 'I30'라는 얘기도 있다. 베르나가 최선을 다해 도망치지만 포드와 포르쉐가 금세 추격한다. 랜섬은 마르타에게 "더 밟아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잖아"라고 다그치고 마르타는 "이게 최선이야"라고 대답한다.

이어 "아, 젠장! 내가 지금 이 순간 가장 후회하는 게 뭔 줄 알아? BMW를 놓고 왔다는 거야"라고 말하며 사실상 베르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베르나의 단점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 베르나가 소형자인 것을 감안해 좁은 골목길도 통과할 수 있는 재치를 발휘하며 포르쉐와 포드를 따돌리는 장면도 연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나는 포드와 포르쉐의 기술력과 성능,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따라잡힌다.

영화 평론가들은 속도로는 안 되니 꼼수를 부려 미국 시장에 안착한 현대차 정도로 영화를 해석하고 있다.

초창기 미국 내 현대차 이미지는 하층민이 타는 차 정도로 인식됐다. (사진 연합뉴스)
초창기 미국 내 현대차 이미지는 하층민이 타는 차 정도로 인식됐다. (사진=연합뉴스)

이유가 있다. 초창기 미국 내 현대차 차량은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차라는 점을 무기로 '수출 신화'를 거뒀던 '엑셀'이 크고 작은 고장으로 말썽을 부렸고, 심지어 미국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인식마저 팽배했다. 다만 현대차는 가격이 싸고 판매 후 마일리지 보증 등 질 좋은 서비스 마케팅을 잘 활용해, 미국 하층민 공략에 성공했다.

영화에선 틈새시장을 잘 노려 미국에 안착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비꼰 것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는 마르타의 차를 봐도 알 수 있듯 남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표적인 차로 인식된다. 마르타는 극 중 브라질 출신의 미국 이민자다. 현대차는 일종의 남미인들이 타는 차로 상징된 듯 영화를 그려나간다.

이후 블랑이 마르타를 향해 "왜 도망갔어? 추격전이라 부르기에도 너무 민망하잖아"라는 농담을 던지며 모든 상황이 마무리된다. 

사실 현대차는 포드, 페라리, 아우디, BMW, 심지어 토요타, 혼다만큼 영화에선 고급차로 그려지지 않는다. 싼 만큼 성능도 별로인 차로 인식됐다는 것을 할리우드에서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 '도쿄 드리프트'에서는 주인공에게 레이싱 카를 마련해주며 "왜 감동해? 내가 너한테 현대차라도 몰게 할 줄 알았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당시 현대차는 레이싱용으로 쓸 차가 전혀 없었다.

사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할리우드 영화 속 현대차는 성능 떨어지는 차로 인식된 것뿐만  아니라 주로 악당이 타는 차로 묘사됐다. 차 안에서 폭탄이 터지는 차, 외계생명체에게 밟혀 사라지는 차 정도로 취급받은 것.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우주전쟁'에서는 외계인에 밟혀 흔적도 없이 찌그러지는 역할로 1초 등장했으며, 이라크에 참전한 폭발물 제거반의 임무를 다룬 '허트로커'에서 현대 EF쏘나타가 등장하지만 결국 차에 실린 폭탄이 터지며 처참하게 사라졌다.

물론 현대차를 멋지게 그린 영화도 있다. 지난 2004년 개봉작 '본 슈프리머시'에서는 EF쏘나타가 멋진 추격전을 담당했다. 그것도 오프로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랜드로버를 맹렬히 추격했다.

다만 EF쏘나타의 주인은 극 중 악당이었던 게 흠이다. 또한 차의 성능을 고려한 것이 아닌 악당의 운전솜씨에 초점을 맞췄다. 악당이 범상치 않은 운전 솜씨로 '성능이 떨어지는 차'인 EF쏘나타로 도망가는 랜드로버를 추격할 수 있다는 연출적 이미지가 더욱 컸다는 설명이다.

제네시스는 영화 인셉션에서 3분 동안 우수한 주행성능을 보여주며, 심지어 기차와 들이 받고도 멀쩡하게 버텨내는 장치로 등장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네시스는 영화 인셉션에서 3분 동안 우수한 주행성능을 보여주며, 심지어 기차와 들이 받고도 멀쩡하게 버텨내는 장치로 등장했다. (사진=현대자동차)

2010년대 들어 현대차는 보는 시각에 따라 고급차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 '인셉션'에서 현대차 제네시스는 '꿈 속의 자동차'로 등장한다. 제네시스는 3분 동안 우수한 주행성능을 보여주며, 심지어 기차를 들이받고도 멀쩡했다. 세계인들에게 차량의 성능이나 안전성을 각인시킨 것이다.

제네시스의 성공은 이 영화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국내 소비자들은 물론, 세계 수천만 관객들에게 매혹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또한 인도 영화 '세 얼간이들'에서는 "그 사람 요즘 너무 잘나가서 얼마 전에 현대 i10도 뽑았다"는 대사도 나온다. 이외에도 여러 대작에 현대차가 등장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영화 '킹스맨'에서는 영화 속 영국 경찰들이 'i40 살룬'을 타고 등장했다. 영화의 주인공 에그시 역의 태런 애거튼은 자신을 괴롭히던 불량배의 차량을 훔쳐서 경찰차와 추격전을 벌이는데, 추격하는 차가 바로 i40 살룬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고급차 이미지를 심어주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일부 영화에서 현대차를 프리미엄 급으로 묘사하긴 했지만 나이브스 아웃에서 봤듯 아직도 현대차는 포드, 페라리, 아우디보다 성능이 뒤떨어지는 차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현대차는 미국에서 명품브랜드보단 실용적인 가격에 괜찮은 기술력을 보유한 자동차 정도로 인식되고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대차가 명품 브랜드로 가기 위해선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해야 하고, 현대차의 정체성 등 뿌리를 찾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다만 현대차는 세계에서 10%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며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불과 5년 만에 제네시스를 비롯한 여러 차량들이 세계인들에게 호평을 이끌어 낸 만큼 언젠간 영화 속 주인공 차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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