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동대문구 PC방··· 직접 가보니 '텅텅'
[르포]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동대문구 PC방··· 직접 가보니 '텅텅'
  • 천선우 기자 bluecat@dailyenews.co.kr
  • 승인 2020.03.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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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선 코로나19 진원지로 낙인··· PC방 생존문제는 다루지 않아"
18일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의 한 PC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근 PC방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까닭에 이곳도 무더기로 손님을 잃었다. (사진=천선우 기자)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힘들어요. 단순히 힘들다는 말 그 이상입니다."

18일 오후 2시경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의 한 PC방에는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다. 한창 손님으로 북적일 시간에 빈 좌석만이 가득했다. 180개가 넘는 좌석 수에도 고작 10명 남짓의 손님만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큰소리가 오가며 활기로 가득 찼던 공간에는 이따금씩 공허한 마우스 클릭 소리만 들려왔다. 해당 사업장은 주변에 서울시립대와 중학교가 있어 고객 수요가 많았던 곳이다. 그러나 인근 PC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이곳도 무더기로 손님을 잃었다. 

조심스레 경기와 관련해 묻자, PC방 업주 A씨의 표정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힘들죠.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어요. 연일 적자입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인근 PC방이 문을 닫은 이유로 손님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크나큰 착각이었다. 구청 측이 관내 PC방 회원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모두 '자가격리 권고'를 조치했기 때문이다. 

PC방 관리 프로그램. 'X'자는 빈 자리를 의미하고 녹색으로 색칠된 곳은 결제 후 이용 중인 손님 자리다. 현재 181 좌석 중 10명의 손님만 PC방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천선우 기자)

A씨는 이내 매장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관리 프로그램을 가리켰다. 화면 속에는 빈자리를 의미하는 'X'자로 도배돼 있었다. 그는 "현재 매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전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임대료, 전기세, 식품구입비 등의 지출 품목으로 나가는 돈만 월 3000만원인데 어떻게 먹고 살라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했다. A씨는 경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 직원 두 명도 결국 돌려보냈다고 했다.

주변 PC방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PC방 업주 B씨는 최근 가게를 리모델링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가게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인터뷰 요청에 연신 거절 의사를 보였던 그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B씨는 격앙된 어조로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왜 우리가 진원지로 낙인이 찍혀야 합니까. 억울하다"며 "방송국 사람들과 많은 기자들이 다녀갔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B씨는 11일 관내에서 발생한 4명의 확진자 중 1명이 지난달 20일 동안교회 수련회를 다녀온 것을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기는 신천지 교인으로 인해 대구·경북 지역에 확진자가 급증하던 때다. 그는 신천지 사례를 들며, 집단감염 의혹은 먼저 이뤄진 단체 수련회가 문제인데 오로지 'PC방'에만 집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지난 11일 확진자 4명이 나온 서울 동대문구 세븐PC방. 해당 업주는 자체 안내문을 게재하고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사진=천선우 기자)

한때 동대문구는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불렸던 곳이다. 그러나 11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한 PC방을 이용했던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사태가 다른 국면에 접어든 것. '동대문구'와 'PC방' 등의 연관 키워드는 연일 포털에 오르내렸고, 언론에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PC방이 '진원지의 온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저희는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하고 있습니다. 손님에게 자리를 건너서 착석해달라 요청하고 매일매일 주변 기기를 소독하고 있다"며 "PC방이 '주 감염 장소'라고 낙인찍는 것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PC방을 위한 별다른 지원책은 없다. 구청은 업주들을 대상으로 대출만 권유했을 뿐이다. 게임사의 움직임도 분주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엔씨는 지난달 28일 G코인 사용량의 50%를 보상 환급하는 '페이백(Payback)'을 도입하고 이달 5일에는 전액 무료로 지원 방안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대해 A씨는 "PC방에서 주로하는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거의 절반입니다. 엔씨 게임은 1%도 안 돼요"라며 큰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PC방 게임전문 리서치 업체인 게임트릭스의 일일 PC 게임 사용량. (자료=게임트릭스) 

PC방 게임전문 리서치 업체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18일 기준 PC게임 사용량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전체 중 46% 점유율로 단연 압도적이다. 뒤를 이어 서든어택(8%), 배틀그라운드(6%)순이다. 엔씨의 게임은 10위권 내에 없다. 아울러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서비스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는 PC방을 위한 별도의 지원 방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자회사 엔미디어플랫폼은 지난달 26일 영남 지역에 시행 중인 무인선불기 관리비 면제 조치를 18일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PC방의 어려움은 고객 유치 자체에 있어, 관리 수수료 면제 등의 효과는 사실상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전망이다.

향후 PC방 업계의 악재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시는 노래방이나 PC방 등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1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같은 뜻을 피력하면서 PC방 업계의 위기감은 우려에서 현실로 바뀌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소규모지만 집단감염이 확산일로에 있어 부득이 비말감염 위험이 큰 클럽, 콜라텍, PC방,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이날부터 4월 6일까지 영업 제한 행정명령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손 소독제는 사람의 손길이 잦은 무인결제기기나 카운터 등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사진=천선우 기자)

이에 따라 경기도 내의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에는 ▲감염관리책임자 지정 ▲이용자·종사자 전원 마스크 착용 ▲발열·후두통·기침 등 유증상자 출입금지(종사자는 1일 2회 체크) ▲이용자 명부 작성 및 관리(이름·연락처·출입시간 등) ▲출입자 손 소독 ▲이용자 간 최대 간격 유지 노력 ▲주기적 환기와 영업 전후 각 1회 소독 및 청소 등 7가지 항목 등의 점검 사항이 강제된다.

경기도는 행정명령을 위반 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고발(300만원 이하 벌금), 위반 업소의 전면 집객 금지, 위반에 따른 확진환자 발생 시 조사·검사·치료 등 관련 방역비 전액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의 조치를 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당장에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으로 보이진 않으나 조사 과정에서 방역 체계가 미흡하다면 강제적인 조치도 불사할 기세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대책본부의 가이드라인 등 방역 평가항목을 근거로 일괄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평가 종료 시점 등의 구체적인 일정을 나오지 않았으나 조사 과정에서 일부 방역이 미흡한 업체들에 대한 행정 조치가 시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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