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일 가격이 전년대비 급상승하며 명절을 보내는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과일은 차례용은 물론 선물, 식재료용 등 구매가 잦은 품목인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의 여파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8% 올라 122.71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인 점을 감안하면 약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중에서도 과일의 물가 상승률은 더욱 가파른 모양새를 보였다.
사과는 56.8%까지 상승했고 귤은 39.8% 오르며 평균 물가 상승률의 최대 10배에 달했다.
이전까지 사과와 귤은 겨울철 구매율이 높은 대표 상품으로 취급됐다.
설에 구매하는 사과는 일반적으로 망생종인 부사다. 주로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수확하며 단맛이 강해 일명 '꿀사과'로 불려 선호도가 높은 품목이다.
부사는 저장력이 가장 긴 사과이기도 하다. 평균적으로 180일 정도를 저장 시기로 보지만 기술 발전으로 적절한 온도만 맞춰준다면 최대 12개월까지도 저장이 가능하다.
귤 또한 익히 알려진 대로 가을철부터 겨울까지 수확되는 과일이다.
세부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늦가을부터 1월까지 수확이 진행되며 개량종으로 인기를 끄는 천혜향, 레드향도 이 시기 수확을 진행한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수확 시기가 되어도 적절한 온도 조건이 맞춰지지 않아 품질이 떨어지거나 일부 지역에 경우 아예 재배가 불가능해지고 있는 것.
일례로 감귤은 제주도가 주요 생산지역으로 알려져왔지만 2013년부터 10년 간 평균 온도가 상승하며 이제 전라북도 지역과 경상북도 역시 주 재배지가 되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전북의 귤 재배 농가는 174곳으로 파악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라봉, 천혜향과 같은 만감류를 비롯해 백향과, 구아바, 망고, 바나나 등의 아열대 작물 재배가 늘어나고 있다.
면적으로만 본다면 아열대작물재배 전국 재배면적 4126ha 중 전남이 반 이상인 2453ha를 차지했다. 이어 경남 1037ha, 제주 399ha, 전북 84ha, 울산 22ha, 경기 20ha의 순이었다.
이같은 재배지 변경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다수의 기후 전문가들은 이미 2023년 한 해 동안 기후변화 상승폭인 1.5도가 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는 1.7도까지 진행될 것이라 예상했다.
과일은 기온에 예민한 작물인 만큼 과일 가격 상승은 일시적 현상에서 그치지 않아 과일 재배 품종 변화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올해도 전년 대비 비싸진 사과, 귤, 배 대신 오렌지, 자몽, 바나나, 자몽 등의 구매가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품목으로 대체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분야 생산량 감소는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농업을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직접적으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것"이라고 전했다.
[데일리e뉴스= 정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