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갑질 오명' LH··· 대책 없는 대책 말고 '진짜 대책' 찾아야
[기자수첩] '갑질 오명' LH··· 대책 없는 대책 말고 '진짜 대책' 찾아야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19.10.18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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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죄송합니다. (갑질)비리에 연루된 직원은 처분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습니다."

지난 7일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정감사에서 변창흠 사장은 LH직원의 하도급 업체 상대 갑질 논란을 두고 공개사과를 했다. 변명 대신 사과를 택한 이유로 매년 직원 갑질이 끊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경·검찰로부터 뇌물·횡령 혐의를 통보받고 해임·파면한 직원은 11명에 달했다. 해임파면을 포함한 LH 직원의 내부 징계 건수는 지난 2016년 11건, 2017년 21건, 지난해 33건, 올해 8월 기준 24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적발된 사례를 봐도 뇌물 등 금품 향응을 제공받은 액수 규모가 도를 넘어섰다.

일례로 A씨는 지인이나 직무관련자들로부터 투자 조언과 자문 제공 등의 명목으로 4차례에 걸쳐 1억3150만원을 받았고, B씨는 공사 현장 납품을 청탁한 업체에 그랜저 승용차 렌트비 2191만원(33차례)을 대신 내도록 했다.

C씨는 LH 아파트를 무려 15채 분양 받았다. 순번추첨, 수의계약, 추첨제 등으로 본인과 가족 명의로 분양 받았는데, 직원 의무 사항인 신고 절차를 밟지 않아 적발됐다.

갑질이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대담한 수법으로 LH는 '갑질 오명' 이미지에서 여전히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LH직원 비리는 끊이지 않을까. 이유를 보면 아주 단순하고도 모순된 결정권자와 피결정권자의 관계에 놓였기 때문이다.

LH는 건설현장에서 결정권자의 주체다. 하도급 업체는 암암리에 금품 향응을 결정권자인 LH 직원에 제공하고, LH 직원들은 점점 더욱 큰 것을 요구한다. 입찰을 따내기 위한 하도급 업체의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금품 향응 액수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비리 규모는 갈수록 커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형성한다. 여기에 만약 걸려도 "재수 없게 걸렸다"로 치부하는 LH의 감사 시스템도 문제다. LH는 직원 비리 사실이 드러나도 자체 심의 과정에서 상당수 솜방망이 처분으로 내려간다.

실제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LH 징계 처분 건 가운데 19%는 징계위원회를 거치며 '징계 감경'이 이뤄졌다. 감경 사유는 '평소 성실한 자세로 근무', '장관·사장 표창·훈장 수상 이력', '고의성 없음', '규정 미숙지에 따른 과실', '과실을 깊이 뉘우침' 등이었다. 쉽게 말해 잘못을 하고도 평소 자세가 성실했거나, 규정을 몰랐거나, 깊게 뉘우치기만 하면 처벌이 '솜방망이'가 되는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근절이 필요한데, 이런 식이면 매년 직원 갑질이 되풀이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매년 반복된 직원 갑질 비리로 국감 단골 메뉴가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LH 조직 문화 내에는 '직원 봐주기' 악습이 내재돼있는지 이번에도 근절은커녕 오히려 더욱 대담한 직원비리가 이뤄진 것이다.

국정감사 때만 피하기 식으로 사장까지 나서며 "잘못했다. 잘하겠다"하지 말고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아가 LH를 위해서라도 반부패 제도를 도입하거나 처벌을 강화하는 등 뚜렷한 대책이 필요하다. 대책 없는 대책, 즉 나쁜 악습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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