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후폭풍 거세··· 우리·하나은행 경영진 중징계 불가피할 듯
DLF 후폭풍 거세··· 우리·하나은행 경영진 중징계 불가피할 듯
  • 천태운 기자 danbi@dailyenews.co.kr
  • 승인 2019.12.0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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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증권 불완전판매 '기관경고'··· 하나은행장 책임론 거론
금감원, 이르면 이달 중 제재심·금융위 의결 거쳐 징계 수위 결정
DLF 피해자들 "분조위 다시 열어야··· 자율조정엔 '집단' 대응"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e뉴스= 천태운 기자] 원금 손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DLF를 집중 판매한 우리·하나은행장 등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DLF 내부문건 삭제 의혹 등 검사·분쟁조정 방해 혐의에 이어 2017년 판매한 상장지수증권(ETN)의 불완전판매가 적발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아 가중처벌이 겹치면서 하나은행장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금감원 김동성 부원장보(은행 담당)는 지난 10월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하나은행이 삭제한 자료와 관련한 질문에 "크게 2개 파일이다. 1차, 2차 자체적으로 점검한 전수조사 파일"이라며 "손해배상을 검토하기 위해 전수조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보는 자료 내용에 대해 "(DLF의) 불완전판매 관련 파일"이라며 "지성규 행장이 지시해 작성한 파일이 맞다. 하나은행이 전수조사한 파일이고, 저희가 발견하기 전까지 은닉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문건이 지성규 행장의 지시로 작성된 자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 행장의 승인 없이 자료 삭제가 가능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지난 5일 6가지 대표 사례에 대해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에 투자손실의 40~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같이 분조위가 두 은행에 대해 DLF 배상 비율을 기존의 마지노선인 70%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인 80%까지 올리면서 책임을 물은 것은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조위는 하나·우리은행이 이들 6건의 사례를 대상으로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 추구 영업전략과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책임을 물어 배상비율 25%를 설정했다.

분쟁조정에서 두 은행 본점의 과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을 놓고 검사·제재에서 사실상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DLF 상품 출시 과정에서도 두 은행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상품선정위원회 참석위원(평가표 작성거부) 의견을 '찬성'으로 임의기재했고 하나은행은 상품위원회 승인없이 상품을 출시해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에 따르면 특히 하나은행은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불완전판매를 부인하는 111문항의 문답(Q&A) 자료까지 만들어 교육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답 자료에는 금감원이 증거를 제시하기까지 '그런 적 없다' 또는 '기억 없다'고 답변하도록 쓰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PB들은 Q&A 내용에 따라 자체 조사에서 불완전판매로 확인된 건에 대해서도 금감원 조사 당시 불완전판매를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이 양매도 ETN 불완전 판매 문제로 최근 '기관경고' 제재를 받은 사실은 이와 별개로 가중처벌 요건을 채우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외에도 올해와 지난해에 각각 '기관 주의'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다.

금감원 검사·제재 규정을 보면 최근 3년 이내에 2회 이상 기관 주의 이상의 제재를 받고 다시 위법·부당 행위를 하는 경우 제재를 한 단계 가중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늦어도 내달에는 제재심의위원회를 진행한다. 이후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우리·하나은행 경영진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금융정의연대 등 회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사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판매를 주장하며 계약 무효와 일괄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금융정의연대 등 회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사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판매를 주장하며 계약 무효와 일괄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금감원 분조위의 DLF 손해배상 비율 발표와 관련해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책임 등으로 20%만 일괄배상명령을 내리고 유형별로 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히자 DLF피해자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가 배상 비율이 불합리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DLF피해자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는 오는 9일 청와대에 DLF 분조위 재개최를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금감원은 치매환자, 투자경험이 없는 주부, 위험성 설명 부재 등의 유형을 40~80% 배상비율을 발표했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는 오로지 은행의 책임을 불완전판매에 한정한 것이다. 금감원 중간조사 결과 발표 때에도 확인됐던 은행의 사기 판매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대책위원회는 "은행이 치매환자에게 DLF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 판매이므로 당연히 계약무료가 성립해야 한다. 따라서 무조건 100%의 배상비율이 나와야 함에도 치매환자에게 80%라는 수치를 들이미는 것은 치졸한 행태"라고 질타했다.

근본적으로는 금감원이 개별 분쟁조정이 아니라 집단 분쟁조정 방식으로 다루고, 피해자 전체에 대한 일괄 배상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조위를 통한 해결을 기대했던 피해자들은 금감원이 치매 노인 등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인 80%를 제시한 것은 금감원이 이번 DLF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는 대표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분조위 발표는 사기 판매를 자행한 은행의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근본적인 대책이 빠져버린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금감워능ㄹ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들며 이번 사태에 금융당국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소송 등은 고려하지 않기로 하고 DLF 피해자들은 분조위 재개최 요청과는 별개로, 이후 은행과 피해자 간에 진행되는 자율조정에 대해선 '집단'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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