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에어팟이 차세대 건강보조기구가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측은 애플의 대표적인 웨어러블 기기이자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이 향후 보청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작년 가을 이전까지 미국에서 보청기를 구입하려면 의사의 진찰이나 처방전이 필수적이었다. 국내와 달리 의료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의 경우 보청기를 구입하려면 2500~8000달러(328~1050만원)를 지불해야 했다.
미국 국립위생연구소(NIH)는 보청기를 사용해 혜택을 볼 수 있는 성인이 3000만명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보청기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7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전체의 3분의 1 가량이며 젊은 난청자는 16%로 큰 폭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자를 위한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나 다수의 민간보험에서는 보청기에 대한 보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약 3700만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청력에 문제를 가지고 있어 보청기를 사용해야하는 상황임에도 제대로 된 보청기를 구매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오랜 논의를 거쳐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보청기 판매를 허가했다. 덕분에 미국 소비자들은 일반 점포, 온라인 등에서도 보다 저렴하게 보청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FDA의 보청기 판매 허가에 따라 의료기기 업체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였으나 오히려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건 애플의 에어팟이다.
애플은 2016년, 소리를 증폭해 들을 수 있는 '라이브 리스닝(Live Listen)'을 통해 연결된 스마트폰 마이크로 수집된 소리를 증폭해 에어팟으로 연결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보청기와 같은 원리로 작동되는 해당 기능은 에어팟 프로 기준 보청기 기술 표준 5개 중 4개를 충족하고 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애플의 특성상 애플워치, 아이폰과 연계해 라이브 리스닝 외 심박수, 발한량 등을 수집해 전체적인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애플은 이미 해당 기능을 에어팟에 장착할 수 있는 특허를 취득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실제 대만 재향군인종합병원 이비인후과 옌푸 청 교수 연구팀은 보청기와 에어팟을 비교한 결과 조용한 환경에서 기본형 보청기와 에어팟이 큰 성능 차이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에어팟 프로는 프리미엄 보청기와 비슷한 성능을 보였으나 소음 측정 위치에 따라서는 완전히 보청기를 따라잡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청 교수는 해당 실험에 대해 "에어팟이 완벽하지는 않으나 보청기를 끼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난청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 교수의 말처럼 에어팟은 이미 MZ세대는 물론 기성세대에게도 익숙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웨어러블 기기로 여겨지는 만큼 젊은 난청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가격 또한 기존 보청기 대비 저렴하고 구매 접근성도 훌륭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IT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애플이 최근 자사 기기에 건강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만큼 에어팟에도 추가적인 기능을 더해 의료 관련 기기로 마케팅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데일리e뉴스= 임남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