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연구 결과, 빙하 녹는 속도 갈수록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
기후변화로 빙하가 줄어들고 지반이 불안정해져 스위스 한 마을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스위스 동부 브리엔츠 마을에 거대한 암석이 덮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며 주민들에게 즉각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보도했다.
스위스 당국은 200만㎥ 크기의 암석이 몇 주 안에 마을을 덮칠 것으로 예상하며 산 아래에 위치한 브리엔츠 마을을 폐쇄, 주민 70여명에게 대피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질학자들은 안정화 작업으로 붕괴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한 바있다. 이로 인해 대피 시기 역시 여름 즈음으로 결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마을 뒷산 균열로 암벽이 쪼개지는 등 뒷산 암벽의 균열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위험도가 높아지며 주민 긴급 대피령이 발령된 것이다.
이번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브리엔츠 마을은 청록색을 띤 브리엔츠 호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마을로, 낭만적인 관광지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호수 외에도 기스바흐 폭포 등도 관광객들이 브리엔츠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자연환경이 기후변화로 인해 거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빙하가 줄어들어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고 있다"며 "이때문에 스위스 고산지대 지반이 불안정해지며 브리엔츠 말을 건물과 뒷산에 균열을 만들 뿐만 아니라 큰 바위가 마을로 떨어지는 등의 위험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브리엔츠 마을이 낙석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인근 지역 또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긴 마찬가지다.
지난 2017년, 브리엔츠 마을 인근 봉우리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가 브리엔츠 마을이 속한 그라우뷘덴 지역을 덮쳤다. 당시 산사태로 인해 주민 8명이 숨졌고 상당 규모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이는 약 규모3 지진에 해당하는 재해였다.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며 스위스의 자연재해는 앞으로 더 잦아질 전망이다.
스위스 빙하를 모니터링하는 스위스의 빙하 모니터링(GLAMOS)은 앞선 28일, 빙하를 뒤덮은 스노우팩의 절정인 4월 스위스 내 15개 빙하를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마티아스 후스 GLAMOS 책임자는 "일부 지역의 스노우팩은 최근 10년 평균의 절반 수준 이하 두께로 줄었고 여름철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노팩은 빙하의 질량을 늘리는 역할을 하며 높은 기온과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빙하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해발 4100미터 부근 빙하조차 스노우팩으로 덮이지 않아 심각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기후변화로 빙하 유실이 가속화 되고 있다.
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미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가 발표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빙하의 유실 속도가 기존 연구자들의 예상보다 더 빨리 녹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그동안 과학자들의 예상과 달리 바닷물 조석 주기에 따라 크게 이동하면서 따뜻한 바닷물이 빙하 아래로 침투, 빠르게 빙하를 녹여 해수면 상승 폭을 두 배까지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그동안의 기후변화 예측에 포함되지 않았던 요소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속도가 기존 예측에 비해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에 참여한 엔리코 시라치 박사는 "빙하 밑바닥에 생긴 구멍으로 들어온 따뜻한 바닷물이 접지선 부근의 빙하가 녹는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