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산업경쟁력 우려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추진하던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일부 국가들의 반대에 따라 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지난 2021년 7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12개의 항목을 담은 탄소중립 입법 패키지 '핏포55(Fit For 55)'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순배출량 55% 감축"을 목표로 한 바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앞두고 EU 회원국들은 이를 2% 상향해 57%까지 높이고자 했으나 16일(현지시간) 각국 환경장관들의 논의 끝에 상향을 포기하기로 한 것.
이번 감축 목표 상향 포기는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 등 일부 국가들의 반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기후정책에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온 폴란드는 지난 주말 선거에서 탈석탄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유력한 만큼 노선 전환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아는 합성 바이오 연료(e-퓨얼)를 탄소배출 저감 목표에 포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에는 지난 2014년 EU 최초로 바이오연료 사용을 의무화했고 이에 따라 바이오연료 산업이 크게 성장해왔다.
이처럼 일부 국가들은 자국의 산업경쟁력에 대한 우려와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녹색에너지 전환과 목표 상향이 부담스럽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기후부 장관은 "EU의 새로운 목표가 설정되지는 않았다"며 "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단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장관도 "57% 감축 목표는 철회되었으나 자금 조달, 재생에너지 목표 합의는 지금까지 본 중 가장 강력한 합의"라고 평가하면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에 노출된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자금 지원과 전세계 국가들의 화석연료 동참 약속 확보 등 논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추진하고 있는 유럽 연합의 입장 변화는 다음달 30일(현지시간)부터 12월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COP28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EU 국가들은 이번 감축 목표 상향의 포기에도 불구하고 "탄소 중립 달성에 대한 목표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며 "이미 기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EU 국가 환경장관들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에 합의하기도 했다.
2030년대 '완전한, 혹은 대부분의 탈탄소화' 달성이 필요하다는 데는 만장일치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국가별 입장차에 따라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에서는 한발 물러난 합의에 그쳤다.
기후장관들은 2030년대에 완전히 또는 대부분 탈탄소화된 글로벌 전력 시스템에 동의했으며 "새로운 석탄 발전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