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65세까지 일하고 싶어도 55세에 은퇴하는 한국 직장인
[김병호 칼럼] 65세까지 일하고 싶어도 55세에 은퇴하는 한국 직장인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3.11.2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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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까지 일하고 싶지만 55세에 은퇴. 한 달 최소 생활비 251만원에 실제 조달 가능한 수입은 월 212만원” 수명은 길어지는데 정년은 빠르고, 생활비는 늘어나는데 수입은 부족하다. KB국민지주 경영연구소가 밝힌 국민들의 노후 준비 실태다. 

KB경영연구소는 올해 1월 3일∼27일 전국 20∼7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노후 준비 진단과 거주지 선택 조건’ 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은퇴를 앞둔 중장년들에게 노후를 잘 준비하라는 경고다.
  
은퇴 연령 조사에서 아직 퇴직하지 않은 2477명은 퇴직 연령을 65세로 꼽았다. 65세에 은퇴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은퇴한 409명을 조사했더니 실제 은퇴 연령은 희망보다 무려 10년이 앞당겨진 55세로 나타났다.
  
그럼 노후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할까? 조사에서 국민들은 노후 기본적 의식주 해결을 위한 최소 생활비로 평균 월 251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끔 여행·여가 활동하고, 손자 손녀에게 과자 사주고, 용돈이라도 좀 주려면 한 달 적정 생활비가 369만원이 든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노후를 위해 조달 가능한 월평균 수입이다. 응답자들은 월평균 212만원이 조달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최소 생활비 251만원에도 못 미친다. 적정 생활비 369만원과 비교하면 57.6% 수준이다. 43%가 수입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노후 거주지를 선택할 때는 의료시설(72.6%), 쇼핑 시설(53.1%), 공원 등 자연환경(51.9%), 교통 여건(49.0%)을 보겠다고 했다. 늙으면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데 이런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의료, 쇼핑, 공원, 교통이 잘 돼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이런 바람은 은퇴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바람이다.
  
설문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자녀가 있는 부부의 76.4%, 자녀가 없는 부부의 66.9%는 현재 거주하는 집을 고쳐서 계속 살고 싶다고 했는데 늙어서 새로운 곳을 찾아 이사하는 것을 꺼린다는 얘기다. 
  
직장인(기업의 오너도 마찬가지)이라면 싫든 좋든 나이를 먹고 때가 되면 물러난다. 본인은 물러나는 게 아쉽겠지만 사람 몸에 피가 잘 돌아야 건강한 것처럼 기업이라는 조직도 순환이 잘 돼야 건강하다. 순환은 나갈 사람 나가고, 들어올 사람 들어오는 것이다.

정년은 누구나 맞이해야 하지만 턱없이 빠르고, 노후 생활비 조달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다. 60살에 은퇴해서 90살까지 산다면 무려 30년을 직장 없이 지내야 한다. 그렇다고 수입이 받쳐주는 것도 아니다. 수입은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든다.
  
능력도 있고 준비성도 있어서 노후 준비를 잘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준비가 안 된 게 아니라 못했다고 봐야 한다. 솔직히 정년도, 수입도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모두 타인에 의해 내가 움직이고 끌려가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막연하게 걱정을 하지만 몇 년 후 실제로 현실로 다가온다면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정부가 아무리 노인 문제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노인 모두의 삶을 책임질 수는 없다. 어렵지만 각자가 은퇴 준비를 철저히 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17-59세 인구보다 많은 상황에서 개인의 노후를 정부에 기댈 수도 없다.
  
저출산 고령화로 일할 사람은 줄고, 노인은 늘어난다. 정년도 내 생각보다 10년이나 빠르다. 노후에 필요한 자금도 모자란다. 이 땅의 퇴직자들, 노인들이 직면할 문제다. 이런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개인, 당사자의 문제지만 크게 보면 사회문제, 국가의 문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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