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정부, 규제 완화 지적한 암참 보고서 간과해선 안 된다
[김병호 칼럼] 정부, 규제 완화 지적한 암참 보고서 간과해선 안 된다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4.03.20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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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윤석열 대통령에서 보고서를 한 건 전달했다. 내용은 중국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를 한국으로 유치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담았는데 암참의 건의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암참 보고서의 요지는 미·중 갈등으로 많은 글로벌 기업이 중국과 홍콩을 떠나는 데 이 기회를 한국이 놓쳐선 안 된다는 것과 외국 기업의 한국 진출을 막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면 암참이 이들 기업이 아태본부를 한국에 설치하도록 적극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면 암참이 나서 중국을 탈출하는 기업이 한국으로 오도록 옆에서 거들어주겠다는 것인데 외국 기업을 어떻게든 유치해야 할 한국으로서는 나쁜 제안이 아니다. 

그렇다면 암참이 지적한 규제는 뭘까. 첫째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최고경영자(CEO)들이 형사책임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감옥 가지 않고 기업활동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정치권을 향해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다.

다음은 높은 법인세를 꼽았다. 한국의 법인세는 최고 24%인데 경쟁국인 싱가포르는 17%지만 아태본부를 둔 기업은 5~10%로 낮춰 준다. 법인세를 낮추면서 5000개 기업의 아태본부를 싱가포르로 유치했다고 한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아태본부를 둔 기업은 법인세를 깎아준다.

세 번째는 낮은 노동 유연성을 들었는데 이는 주52 시간제 등을 말한다. 채용과 해고 등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채용·해고 유연성과 근로시간 규제 등을 비교한 국가별 노동정책 및 유연성 평가에서 141국 중 97위다. 경쟁국 싱가포르는 1위, 일본은 11위, 홍콩은 19위다. 노동시장이 노조 중심이라는 얘기다.

암참은 이런 규제를 지적하면서도 한국은 싱가포르에 비해 생활비가 낮고,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좋고 한류와 교육 여건 등으로 탈 중국 기업을 유치하는데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800여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선호도는 싱가포르가 1위, 한국이 2위였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을 떠나 인도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가는 글로벌 기업이 많은 데 이들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것은 국가적인 과제다. 암참이 도와주겠다고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문제는 규제 완화다. 정부 나름대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외국 기업이 볼 때는 규제가 아직도 너무 심하다. 아예 규제 덩어리로 본다는 점이다. 암참이 대통령에게 이런 제안을 한 것은 규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규제 완화는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이 틈만 나면 언급하는 국정의 방향이다. 그런데도 외국인의 눈에는 규제가 심하게 느껴진다. 심한 정도를 넘어 외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한국에 투자하게 하려면 내국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금융과 세제 지원이 파격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미국이 뭐가 아쉬워서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면서 570억달러를 투자하고, 삼성전자에 60억달러를 보조금 명목으로 지원하겠는가.

미국, 유럽, 일본, 인도 등 많은 국가가 공장을 지으면 지원금을 주고, 공장건설비용을 최고 70%까지 대준다. 법인세도 낮춰 준다. 기업을 하나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서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공장을 유치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암참의 지적을 한 번에 다 개선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미루지 말고, 각 분야의 규제를 찾아내 신속하게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규제만 개선하면 글로벌 기업이 몰려오는 데 못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규제 완화와 글로벌 기업 아태본부 유치라는 2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도록 해야 한다. 우리 속담에 물 들어올 때 배 저으라는 말이 있다. 암참이 도와준다고 할 때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규제 혁신과 지원이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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