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국민건강 해치는 의료 갈등 이제 끝낼 때 됐다
[김병호 칼럼] 국민건강 해치는 의료 갈등 이제 끝낼 때 됐다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4.04.01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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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낸 지 2달 가까이 되지만 해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죄 없는 환자들의 고통만 커진다. 빨리 대화를 통해 사태가 진정돼야 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급기야 31일에는 물에 빠진 아이가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 9곳에 문의했는데도 진료를 받지 못하고 숨지는 일이 생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의료사태에 대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어떤 해법이 나올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 5038명을 뽑는다고 발표했다. 2000명을 더 뽑기로 하고, 전국 의과대학에 신입생 입학정원도 배정을 마쳤다. 지방에 82%인 1639명, 경기와 인천에 18%인 361명을 증원한다. 서울은 증원이 없다.

2000명 증원 발표 전부터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떠나기 시작해 지금은 서울의 ‘빅5’ 병원 등 주요 병원 전공의가 대부분 일손을 놓고 있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휴학계를 내고 의대 교수들도 사직서를 냈다. 다만 교수들은 당분간 병원을 떠나지는 않되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신임 임현택 의사협회장이 정부에 초강경 발언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복지부 장관과 차관의 파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백지화와 정원 500~1000명 축소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차관을 언론대응팀에서 빼라는 것이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권 퇴진 투쟁을 벌이고, 선거에 개입해 국회의원 의석 20~30석이 왔다 갔다 하게 한다고 엄포를 놨다. 

서울대병원 등 초대형 병원은 진료 축소로 환자가 줄자 병원 수입이 줄어들고, 병원 경영이 위기에 처했다. 서울대병원 1000억원 등 여러 병원이 적자 파고를 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고, 간호사 등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가라고 한다. 어떤 병원은 연차를 당겨서 쓰라고 압박할 정도다.

2000명 증원 백지화는 정부의 입장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일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부족한 의사 수를 늘리려면 의대 증원은 불가피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의료수요가 더 늘어날 텐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의대 증원은 필요하다.

의사들은 이를 인정해야 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반발하지만, 정부가 국립 의대 교수를 1000명 증원한다고 했으니 기다려 봐야 한다. 정원이 늘면 교수진을 확보하면 된다. 채용공고를 내면 국내에서, 외국에서 지원이 많을 것이다.

또 의사는 환자 돌보는 일에 열중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의사가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정권 퇴진을 외치고, 선거에 개입해 국회의원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의료행위의 범위를 넘어서는 정치 행위다. 이런 행동은 오히려 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교수들도 이젠 사표를 거둬들여야 한다. 대학교수는 최고의 지성인데 환자를 버리고 사직서를 내는 것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제자들이 처벌받는 것을 막기 위해 사표를 낸다고 하는데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제자만 살리고 환자는 죽어도 된다는 말인가.

정부는 이미 배정이 끝난 정원 2000명은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진료비 수가를 조정하고, 의사들의 진료 여건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빅5 등 대형 병원의 경우 전공의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전공의 비율은 줄인다. 지방 국립대학병원을 서울의 빅5 수준으로 육성해 지방 환자들이 서울로 오지 않아도 되게 한다는 전략이다.

의료계와 정부 간 입장이 너무 팽팽해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다. 이런 와중에 환자들의 고통은 말이 아니다. 진료 거부로 죽어 가는 환자도 생기고 있다. 

대화의 접촉점을 찾기가 현재는 매우 어려운데 그래도 정부와 의사가 만나 대화를 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를 위해서, 의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픈 환자들을 위해서다. 서로 간에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주장할 것은 주장하면서 일단 만나서 얘기를 나눠야 한다. 이유가 뭐든 환자에게 더는 고통을 줘선 안 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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