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여파로 기후재난이 잦아지며 보험사들의 부담이 빠르게 가중되고 있다.
영국보험협회(ABI)는 2023년 보험사들의 지급액은 48억6000만파운드(6조7880억원)로 전년 대비 18%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특히 강풍, 폭풍 파편, 홍수 및 배관 파손 등의 재난으로 인한 지급액은 5억7300만파운드(9920억원)로, 전년 대비 증가폭은 36%에 달했다.
ABI는 겨울철 폭풍이 늘어난 데 이어 물가 상승에 따른 수리 비용 상승으로 보험 지급액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위스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최근 영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 초 북서부 유럽에서의 겨울 태풍으로 발생한 손실이 40억달러를 기록하며 최근 10년간의 평균치 25억 달러 대비 60% 높아지기도 했다.
기후재난이 늘어나며 보험사들의 지급 부담과 함께 가입자들의 보험료 역시 전년 대비 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스위스리는 15일(현지시간) 2023년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이 2800억달러(390조원)에 달하며 이중 터키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강진이 62억달러의 피해를 기록하며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1994년 이후 30년간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 손실금액은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연평균 5.9%씩 늘어났는데,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 2.7%의 두 배를 상회하는 증가세다.
스위스리는 자연재해로 인한 연간 보험 손실액이 5~7%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기후변화에 따른 보험사의 피해는 국내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봄철 서리가 늘고 개화 시기가 앞당겨진 탓이다.
농작물에 서리가 내리면 조직이 얼어붙어 파괴되어 과일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온난화에 따라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는데, 꽃이 필 경우 과수는 추위를 잘 견디지 못한다. 개화기에 서리가 발생하면 꽃눈이 고사해 착과 수가 감소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이후 사과와 배 봄철 서리 피해로 지급된 보험금은 8633억원으로, 사과·배 농가에 지급된 총 보험금(1조3697억원)의 63%를 차지한다.
서리 피해와 더불어 탄저병까지 발생한 지난해 사과와 배 생산량은 각각 직전년도 대비 30.3%, 26.8% 감소하며 가격이 109%, 148% 올랐다.
사과·배·복숭아의 주 생산지인 충청·경상·전라 지역에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서리 발생 빈도가 높아져 거의 매년 수량과 품질 동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