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올해로 창립 14주년을 맞은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의 맏형격이다. LCC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됐고 회사 규모도 가장 크다. 국내 노선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한 제주항공은 현재 중장거리 노선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산업의 특징인 탄소 배출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는 실정이다. 화석연료를 항공기 연료로 사용하고 있어 탄소 배출은 자연발생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일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에서도 탄소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고 전 세계 항공사들은 새로운 연료 개발 등 탄소 저감을 위해 노력할 것에 뜻을 함께했다.
항공업의 특성을 고려할 경우 제주항공의 탄소 배출 저감 활동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을 만하다.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항공기 보유 대수가 3배가량 늘었지만 탄소배출량은 50%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3년 말까지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12대였다. 이후 ▲2013년 13대 ▲2014년 18대 ▲2015년 25대 ▲2016년 30대 ▲2017년 35대로 4년 새 22대가 늘었다.
같은 시기 탄소배출량은 13만2861tCO2 eq에서 21만1608대tCO2 eq로 59.3% 늘었다.
항공기 보유량 확대 대비 탄소배출량의 증가량이 적다.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으로 줄이기 힘든 상황에서 이같이 탄소배출을 저감한 배경에는 회사와 임직원들이 펼치고 있는 자발적인 행동이 있었다.
우선 제주항공은 올해 1월 15일부터 종이컵과 냅킨 등 기내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을 친환경 소재 제품으로 모두 바꿨다.
종이컵은 표백하지 않은 천연펄프를 사용하고 종이컵 안쪽이 물에 젖지 않도록 하는 화학재료를 사용하지 않아 이에 따른 추가 공정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
제주항공이 지난해 기내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840만 개 사용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종이컵 1개를 사용할 때마다 온실가스 약 6.8g이 발생한다. 지난해와 같은 양을 올해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제주항공은 57톤가량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또한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부터 기내 에어카페 상품 포장용 비닐봉투도 매립 후 90일 이내에 완전 분해돼 분리배출 대신 일반쓰레기로 배출 가능한 재질로 바꿨다.
뿐만 아니라 탑승객이 텀블러를 이용해 에어카페 커피를 주문하면 1000원을 할인하고 사내 카페인 ‘모두락’에서도 차가운 음료 판매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사용을 중단했다.
임직원들도 자발적으로 탄소배출 저감에 동참하고 있다.
제주항공 조종사들은 2017년 7월부터 자발적으로 '북금곰 살리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조종사들은 ▲활주로에 진입할 때 정지하지 않고 이미 확보한 동력을 활용하는 '활주이륙' ▲활주로 끝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진입해 이륙하는 '중간이륙' ▲착륙 후 지상 이동 시 2개 엔진 중 1개만 사용 ▲연료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는 최적 고도 비행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탄소 배출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 캠페인으로 제주항공은 2017년 7월부터 2018년까지 약 989톤의 연료를 절감했으며 이를 통해 온실가스 3353톤을 줄였다. 이는 30년 된 소나무 50만여 그루를 심은 것과 같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작은 변화지만 고객과 기업이 함께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여행의 즐거움도 경험하고 환경보호의 중요성도 인식할 수 있는 서비스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