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분 늘리는 반도건설···회장 교체 '초석 다지기?'
한진그룹 지분 늘리는 반도건설···회장 교체 '초석 다지기?'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20.01.0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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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총까지 10% 이상 늘려, 델타 제치고 2대주주 우뚝
이명희 고문에 힘 실릴 가능성↑···조원태 회장 '위기론' 확산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반도건설이 지난 10월에 이어 한진칼 주식를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반도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분양사업이 거의 전무한 반도건설 입장에선 사업다각화의 초석다지기로 한진그룹 경영 참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을 것이란 재계 안팎의 예측이다. 경영에 참여하는 시기도 적절하다.

이미 한진그룹은 조원태-조현아의 남매의 난과 조원태-이명희 모자의 갈등으로 분열된 상태다.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임기도 한진그룹 주주총회가 있는 올해 3월까지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임기를 주주총회가 있는 올해 3월까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한진그룹 사옥. (연합뉴스)
재계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임기를 주주총회가 있는 올해 3월까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한진그룹 사옥. (연합뉴스)

◆ 갈등이 낳은 분열

앞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향후 다른 주주들과의 연대해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동생인 조 회장의 한진그룹 경영을 압박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또한 한진그룹 경영을 관장하는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도 같은해 12월 25일 벌어진 난투극으로 인해 조 회장과 등을 돌린 상태다.

재계는 조 회장이 이 고문과 갈등을 야기한 것을 두고, 사실상 회장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정석기업을 관장하는 이가 이명희 고문이기 때문이다.

정석기업은 그룹 내 부동산 매매·임대업과 건물 관리를 맡고 있다. 서울 중구 소재 한진빌딩 본관·신관과 인하국제의료센터 등 그룹 내 주요 빌딩이 정석기업 소유다. 2018년 연말 기준으로 정석기업의 자산은 2619억원, 부채는 459억원에 불과해 '알짜 중 알짜'기업으로 통한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석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1조원은 족히 넘어설 것으로 보기도 한다.

정석기업은 대한항공을 포함한 모든 한진그룹 내 재원을 조달하는 창구역할을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회장 사망 이후 막대한 상속비도 정석기업의 자금 조달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석기업을 맡는 경영인은 이명희 고문을 필두로 이사진들이 정하는데, 통상적으로 한진그룹 회장이 겸하는 것이 관례로 통한다. 그러나 정석기업은 현재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맡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에게 정석기업 경영을 맡긴 건 사실상 아들인 조 회장보다 조 전부사장을 신뢰하고 있는 간접적 해석이 가능하다"며 "만약 조 회장이 자리에서 끝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KCGI(강성부펀드)와 연대해 경영권을 가져올 확률은 매우 높다"고 귀띔했다.  이어 "여러 진통이 있겠지만 이 고문의 목적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 기회 노린 반도건설?

한진그룹 외부주주들은 남매의 난, 모자의 난이 일어나자 지분을 조금씩 늘려나갔다. KCGI는 보유지분 15.98%에서 '난'이 한창인 지난해 12월 지분을 추가 취득해 17.29%로 늘렸고,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주식을 또 사들여 기존 5.06%에서 6.28%를 확보했다. 이후로도 반도건설은 지분을 계속해서 늘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시를 하지 않아 정확하진 않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선 최근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지분율을 8~9%대까지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이 한진그룹 주식을 더 사들일 것이라고 전해졌다. 재계는 반도건설 지분이 주총이 열리는 3월 전까지 10% 이상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델타(10%)를 제치고 KCGI에 이어 2대 주주로 떠오른다.

이 때문에 재계는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확보해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주총 때 논의할 부분이지만 현재로선 경영권 참여의사는 없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재계는 반도건설이 이명희 고문 측과 연대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 보고 있다. 애초 권 회장이 조양호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워 한진그룹 지분을 사들인 만큼 이 고문에게 경영권 확보를 위해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건설은 올해 분양 사업이 거의 없는 것도 주식을 사들이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에 맞춰 건설사들이 일찍 공급에 나서며 올해 물량을 지난해 소진했다"며 "반도건설도 올해 물량을 지난해 일찍 공급해 올해 분양 사업은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건설은 지난 10월 한진그룹 주식을 또 사들여 기존 5.06%에서 6.28%를 확보했다. 이후 반도건설은 지분을 계속해서 늘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반도건설은 지난 10월 한진그룹 주식을 또 사들여 기존 5.06%에서 6.28%를 확보했다. 이후 반도건설은 지분을 계속해서 늘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 이명희-조현아에 힘 실려

이번 난의 핵심은 조씨 일가가 분열된 가운데, 과연 반도건설이 어느 편에 서는 것인가다. 반도건설 지분이 이명희-조현아, 조원태 회장 중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두 세력 중 하나의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지분구조를 보면 우선 조씨 일가 지분은 오너가 지분은 조원태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전무는 6.47% 이명희 전 이사장은 5.31%를 보유 중이다. 합계는 28.94%다.

또한 KCGI(지분율 17.29%), 델타항공(지분율 10%), 반도건설 계열사(한영개발, 대호개발, 반도개발 등 6.28%) 등은 오너 일가를 뺀 4대 주주를 구성했다.

조원태 회장은 자신은 물론 조현민 전무, 델타항공 지분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총 전까지 이명희-조현아 지분과 KCGI, 반도건설 지분이 합쳐지면 조원태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지분을 보유한 쪽이 회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24일까지다.

재계는 주총 때까지 이명희-조현아, KCGI, 반도건설이 연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조 씨 일가는 가족 간 등을 돌린 만큼 지분 확보를 위해서라도 외부주주에 구애를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주주와 연대할 가능성을 시사했고, 지난해 대한항공 실적 또한 바닥을 친 만큼 조현아-이명희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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