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레이지걸잡' 해시태그 떠올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 시대를 상징하는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이 성명을 통해 '하이브리드 방식' 도입을 발표, 재택 근무 축소를 최근 발표했다.
줌은 "회사 근처에 사는 직원들이 주 2회 출근해 동료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는다"며 재택근무 축소를 지시함에 따라 본사에서 약 80㎞ 이내에 사는 직원은 최소 주 2회 사무실로 출근하게 된다.
아마존, 구글을 비롯한 IT업계 또한 이러한 흐름에 동참 중이다. 구글은 지난해 4월 미국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주 3일 이상 출근을 요청했고 애플 직원들도 지난해 후반기 동일한 제도를 도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당시 재택 근무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던 줌을 비롯해 전 세계 기업들이 최근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을 줄여나가며 '하이브리드'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의 피오나 치코니 인사 책임자는 하이브리드 근무 정책 발표 당시 "얼굴을 보며 함께 모이는 것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대면 업무가 회사에 유익하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또한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협업하는 게 더 업무 효율이 높고 ▲일을 배우기도 쉬우며 ▲리더가 직원들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도 용이하며 또한 ▲자주 만날수록 결속력이 커진다는 이유를 사무실 복귀 이유로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올해 상반기부터 카카오, SK텔레콤, 티빙 등 대기업들이 이러한 흐름에 동참, 전면 사무실 출근 또는 재택근무 축소를 시행했다.
기업들은 대면 업무가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이유로 사무실 복귀를 추구하고 있으나 재택근무를 경험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반발했다.
앞선 6월, 구글은 최소 주 3회 이상 사무실 출근을 요청한 데 이어, 성과 평가에 사무실 출석률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큰 반발을 샀고 아마존 또한 마찬가지다. 이에 직원들은 "회사의 새로운 RTO(return to office) 정책은 다양성과 포용성, 지속 가능성을 표방하는 아마존의 가치에 반한다"며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청원을 통해 "많은 직원은 고용주가 회사로 출근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직장 생활을 계획했다"며 "이번 지시는 아마존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미국 IT기업들을 중심으로 RTO 정책 시행을 시작할 당시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ROC)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사무직 직원 중 41%가 사무실 복귀 후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졌으며 일과 삶의 균형의 붕괴를 초래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젊은 나이대에 해당하는 직원일 수록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 회사 선택에 있어 재택 근무 여부가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강제 출근을 강요할 경우 사직할 의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해외 구인·구직 사이트 링크드인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은 회사가 풀타임으로 출근 근무를 강제하는 경우 사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유형별로는 여성 응답자 중 절반이 재택근무에 대한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미 직장을 그만뒀거나 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특히 1966∼1981년 사이 태어난 'X세대'의 원격근무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지난 4월 국내에서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 직장인과 구직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취업 및 이직 시에도 재택근무 여부가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 직장인들은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면 이직을 고려할 뜻이 있는지 물어보자 응답자의 70.3%가 '있다'고 답했고, 재택근무가 입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58%가 '영향이 클 것'이라고 답해 국내에서도 근로자들의 재택근무 선호는 동일했다.
한편 이런 현상은 Z세대 직장인들에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 최근에는 SNS를 중심으로 '레이지걸잡(게으른 소녀 직업, Lazy Girl Job)'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과로하지 않는 직업을 추구하고 있다"며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재택근무는 유연한 근무환경의 대표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