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경제] 속초에 나타난 갈치떼는 지구온난화의 재앙
[낚시와 경제] 속초에 나타난 갈치떼는 지구온난화의 재앙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19.08.22 13: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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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요즘 속초에는 풀치낚시가 한창이다. 풀치는 갈치의 새끼를 이르는 말로 대략 40센티 이하의 갈치를 그렇게 부른다. 때아닌 풀치의 등장으로 서해안 낚시꾼들마저 동해로 몰려들며 밤에도 곳곳이 대낮처럼 환하다. 여름휴가가 끝물인 상황에서 낚시인들이 모이니 상인들 입장에서는 나쁠 게 전혀 없다. 여름 한 철 장사로 나머지 계절을 나야 하는 상인들에게 풀치는 무척이나 고마운 생선이 됐다.

하지만 문제는 풀치가 속초에 출몰하는 어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풀치는 난류성 어종으로 수온이 높은 곳에 산다. 그래서 이맘때쯤이면 제주도를 비롯해 부산, 여수, 해남, 목포 서남해안 지역에 풀치를 잡기 위해 낚시꾼들이 모여들었다. 손가락 두세 개 너비의 새끼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손가락 네 개 폭을 넘기는 그야말로 반찬거리로 딱 좋은 크기의 풀치도 종종 올라오니 손맛과 입맛을 보기 위한 낚시꾼들의 자리싸움도 치열했다.

그런데 올해는 평균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속초까지 풀치가 올라왔으니 뭔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다. 풀치가 서식환경을 바꿨을 리는 없으니 결국 수온이 올라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생각일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2주 전 냉수대 어종인 성대를 잡기 위해 포항까지 내려가 1박 2일간 낚시를 했지만 잡은 성대는 고작 한 마리가 전부였다. 포인트를 여러 번 바꿔봤지만 나오라는 성대는 안 나오고 먹성 좋은 보리멸 입질만 이어졌다. 심지어 남해안에서 잘 잡히는 용치놀래기가 잡혀 기자를 놀라게 했다. 당시 포항 근해의 수온은 20도가 넘었다. 수온이 15도를 넘기면 자취를 감추는 성대가 잡힐 리 없는 게 당연했다.

냉수대가 잘 들어오는 곳으로 유명한 포항마저 높은 수온으로 서식하는 어종이 바뀌어 가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일시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2년 전 인천 앞바다에 고등어가 몰려들면서 수도권 낚시꾼들이 몰려든 적이 있었다. 하지만 35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지속된 지난해에는 고등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수온은 전년보다 올라갔지만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가 인천까지 올라오진 않은 것이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난다. 일시적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이들이 이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해수면과 육지의 높이 차가 크지 않은 나라들은 녹아내린 북극과 남극의 빙하수로 인해 잠겨버릴 수도 있다. 특종 어종에 대한 어업으로 먹고살았던 이들은 새로운 어종을 잡기 위해 배를 바꾸고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갖은 노력을 기울여 복원했던 명태를 동해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지키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해야 한다. 공장에서는 효율 높은 설비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고 가정에서는 냉·난방기구 사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일회용품 사용도 자제하고 에너지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다면 머지않아 속초에서 참치를 잡았다는 소식이 기삿거리조차 안 될지 모른다. 낚시꾼이지만 속초에 출몰한 풀치 소식이 한편으로는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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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인jw 2019-08-23 10:34:18
무서워요 ㅠㅠ 애들만 없다면 그나마 살다가 가면 되는데... 애들 우찌라고 ㅠㅠ 미안하다 애들아 ㅠㅜㅜㅜ

곽선덕 2019-08-22 17:51:24
경각심을 가지게하는 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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