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경제] 동해(東海)의 동해(凍海)가 주는 먹을거리
[낚시와 경제] 동해(東海)의 동해(凍海)가 주는 먹을거리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19.12.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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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영 경제산업부장
전수영 경제산업부장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많은 이들이 겨울이 되면 동해로 여행을 떠난다. 갯벌이 발달한 서해, 파란 바다 한눈에 펼쳐지는 남해를 제치고 동해로 떠나는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무서울 만큼 시퍼런 바다와 밀려드는 파도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동해가 주는 묘한 매력은 실로 오묘하다. 양 볼이 째질 듯한 바람을 맞으며 넓디넓은 백사장을 걷는 그 기분은 나름 상쾌하다.

여기에 동해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먹을거리다. 바다를 끼고 있는 강원도 맨 위 고성부터 삼척까지 겨울철 별미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얼마 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방송에 출연해 강원도 강릉시의 옥계휴게소에서 홍게와 양미리 조림을 선보였다. 양미리는 12월부터 2월 말까지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이다. 기자가 11월 중순에 속초를 방문했을 때에도 속초항에서는 그물에 걸린 양미리를 떼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그 앞에서는 양동이 위로 가득 쌓인 양미리를 3만원에 팔고 있었다. 양미리는 꽁치, 멸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생물을 바로 숯불에 구워 먹어도 맛있고 반쯤 건조해 고등어조림처럼 요리를 해 먹어도 일품이다. 서울이 고향인 기자도 어릴 때 겨울이면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은 전통시장에 가봐도 그리 흔히 찾아보기 힘들다. 방송에 출연했던 어민이 "없어서 못 먹는 게 아니라 잘 안 먹으니 안 보이는 것"이라는 말이 추운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드는 듯했다.

동해안의 겨울철 대표음식 중 하나는 도루묵이다. 도루묵은 양미리보다 조금 늦게 나타난다. 양미리가 바다에서 그물로 잡는다면 도루묵은 바닷가에서도 잡을 수 있어 도루묵이 들어올 때는 전국에서 통발을 들고 도루묵을 잡기 위한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도루묵은 농어목의 생선으로 길이도 어른 손 한 뼘보다도 조금 길다. 암컷이 산란을 하면 그 위에 수컷이 방사를 하기 위해 떼로 몰려드는데 이런 특성을 이용해 통발에 암컷의 배에서 짜낸 알을 붙여놓으면 숫컷들이 죽을 줄도 모르면서 통발로 밀려 들어온다. 알은 암컷의 배 안에 있을 때에는 톡톡 터지며 씹히는 맛이 제법 좋지만 나오고 나면 바로 질겨진다. 이 때문에 질겨진 알을 먹은 이들은 도루묵이 맛있는 생선인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금은 조금 늦었지만 늦여름부터 초겨울까지 잡을 수 있는 깨다시꽃게도 시원한 국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는다. 깨다시꽃게는 꽃게의 친척으로 등딱지에 흰색 무늬가 있어 구분하기 쉽다. 꽃게보다 껍질이 얇아 살을 발라 먹기는 쉽지만 살이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국물맛을 낼 때는 시원한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깨다시꽃게 철이 되면 백사장에서 낚시에 게그물을 달아 던져놓고 기다리는 이들을 여럿 볼 수 있다. 고등어대가리나 갯지렁이를 게그물에 미끼로 넣어도 된다. 특별한 낚시 기술이 없어도 잡을 수 있어 가족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그만이다.

대게와 비슷하게 생긴 홍게도 게를 좋아하는 이들을 강원도로 이끄는 먹을거리 중 하나다. 생김새가 비슷하더라도 대게와 홍게는 가격부터다 하늘과 땅 차이다. 보통 대게는 kg 단위로 판매하지만 홍게는 그냥 마릿수로 파는 경우가 흔하다. 대게보다 체구가 작고 껍질이 얇다. 보관이 어려워 잡히는 즉시 판매하지 않으면 제값을 받기 힘들다. 이 때문에 시간을 잘만 맞혀가면 1~2만원에 푸짐하게 홍게를 살 수 있다. 다만 대게보다 살이 적어 싸게 샀더라도 살맛을 제대로 못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밖에도 강원도에는 간수가 아닌 바닷물을 넣어 만드는 초당두부, 실향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아바이순대, 메밀전병, 옥수수, 찐빵 등 강원도만의 투박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먹을거리가 참으로 많다. 춥다고 움츠리면 더욱 추운 법. 아직 초·중·고등학교의 방학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올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동해로 가 식도락 여행과 함께 위축된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온기를 불어넣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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