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게임이라도 마켓 플랫폼 특성에 따라 환불 기준 달라져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콘텐츠 분쟁 조정 사례 중 게임 이용 문의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잡한 환불 규정으로 이용자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콘텐츠 이용자보호 상담 사례집'에 따르면 2017년도 콘텐츠 분쟁 관련 이용자 상담은 총 5688건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이 중 게임 관련 상담 현황이 전체 사례 중 4556건, 80.1%을 차지해 단연 압도적이다.
유형별로 보면 결제 취소·해지와 관련된 사항이 1083건, 미성년자 결제가 724건, 아이템 복구 및 환불이 370건이다.
이정운 구글코리아 변호사는 "현행 게임산업법은 물론이고 개정안에서도 이에 관한 규율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전자상거래법 제17조에 일부 관련 내용이 있지만, (게임) 사업자별로 환불 기준이 달라 이용자들의 혼란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제 및 환불 등 이용자 보호 조항에는 총 4가지 법과 관련되어 있다. 민법을 비롯해, 소비자 기본법,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청소년 보호법 등이다. 문제는 국내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사업자의 게임 앱(App), 마켓 플랫폼 특성, 사례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이용자는 마켓 플랫폼 운영사에 문의하고, 해결이 안 되면 개발사에 직접 환불을 신청한다. 이마저도 거부당할 경우,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분쟁조정처리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때 이용자가 직접 환불 내용을 소명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결제할 때와 비교하면 환불과정에서 노력과 시간에 있어 곱절로 든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발생하는 것.
특히 게임 환불이 어려운 까닭은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 특성에 있다.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앱스토어는 각자 독자적인 환불 정책을 운영 중이다. 즉 같은 게임을 이용하더라도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 따라 환불 조건과 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양 사의 마켓 플랫폼은 환불 가능한 최소 조건으로 앱 구매 혹은 결제 후 48시간 전후로 적용 기준을 두고 있다. 48시간이 넘어가면 그만큼 환불 가능성이 줄어든다.
구글은 구매한 상품 중 대부분은 환불받을 수 없다고 운영 정책에 명시했다. 구글 스토어에는 국내 대형사들의 게임은 대체로 환불이 불가능하다. 넷마블, 넥슨, 엔씨, 네오위즈, NHN, 게임빌, 컴투스 등이 그렇다. 구글은 또 환불 관련 문의를 개발사에게 위임했다. 이용자는 일부 제한적인 사유로 개발자에게 직접 문의해 예외로 인정될 경우에만 환불이 가능하다.
애플은 훨씬 더 관대한 편이다. 주관사로서 직접 환불 결과를 처리한다. 국내 게임사에 위임했던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와는 차이점이 있다. 앞서 언급된 대형사의 게임들도 환불이 가능하다. 다만 최근에는 이러한 점을 악용하는 악성 유저들과 기업형 환불이 빈번하게 이뤄짐에 따라 적용 기준이 훨씬 까다로워지고 있다.
국가별 적용 기준이 다른 것도 환불이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국가별 정책이나 현지 법규에 따라 환불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앱스토어도 이와 비슷하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개발된 앱은 '모든 거래는 최종적이며 취소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영국은 14일 이내로 환불 철회가 가능하다. 반면 국내 앱은 전자상거래법에 의거 7일 이내에 환불을 할 수 있다.
환불에 소요되는 시간이 긴 것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상적으로 환불 청구를 할 경우, 앱 스토어는 전용 크레딧을 이용하면 최종 환불까지 최대 48시간 소요되며, 휴대 전화 청구는 최장 60일까지 늘어난다. 이외의 항목은 최대 30일이 걸린다. 이때 이용자는 금융기관에 환불과 관련된 사항을 직접 소명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결제·환불 등 이용자 보호의 문제를 인지하고 '게임 산업법' 개정을 통해 '국내 대리인' 제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목적은 국내에서 수익을 올리면서도 이용자 보호에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는 해외 사업자를 제재하기 위해서다. 그간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법이 유명무실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게임 업계는 현지법을 적용받는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법을 추가로 물리는 등 이중 규제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이 변호사는 "국내법(국내 대리인제도)의 역외적용에 대해 먼저 따져봐야 하는데 역외적용을 하려면 규제의 보편성이나 집행 가능성이 뒤따라야 한다"며 "역외적용이 어렵다면 국내대리인을 두라는 규정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타법에서도 관련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나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