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은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상처만 남은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20.09.0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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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코로나19 확산으로 10개월간 끌어온 협상 무산
HDC현산, 협상 테이블 걷어찼다는 비판 피하기 어려워
산은, 항공업계 벼랑 끝 속 아시아나 계속 지원도 힘들어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게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게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무산되며 양 사 모두와 항공업계에 큰 상처만 남게 됐다.

4일 항공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산은 이메일을 통해 산업은행에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의 상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재 항공업계의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재실사가 불가피하다는 기존 태도를 되풀이한 것이다.

그동안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인수 가격 재조정 카드까지 내놓으며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의지를 보였지만 HDC현산이 태도를 바꾸지 않음에 따라 협상은 수포로 돌아갔다.

앞서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자에 선정됐을 때부터 매각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계열사와의 시너지 극대화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재무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항공업계의 발이 묶이자 HDC현산이 시간을 끌며 가격을 낮추거나 여의치 않으면 발을 뺄 것이란 전망도 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HDC현산은 금호산업 측에서 자료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재실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금호산업은 요청한 자료는 모두 건넸다고 반박하며 조속히 인수절차를 진행하자고 맞받아쳤다.

결국 산은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이미 무게추는 인수 무산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인수가 무산되며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직원들은 짙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금호그룹이 크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HDC현산이 인수되는 것을 바랐던 직원들은 이번 인수 무산을 크게 아쉬워하며 향후 불어닥칠 인력 구조조정에 불안해 하고 있다. 다른 일부는 HDC현산, 금호산업, 산은 모두의 책임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 직원 대화방에서는 "산은이 한 일 중 잘한 것 하나 없다. 박삼구 회장과 금호산업도 할 말이 없다", "HDC현산은 사지 않을 거면 안 산다고 하면 되지 너무 잰다" 등 협상 과정 중에도 불만이 이어졌다.

산은은 조만간 계약해지를 통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그동안 투입한 영구채 8000억원을 출자 전환하고 2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자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종식을 예측할 수 없어 아시아나항공을 계속해서 끌고 갈 경우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실정이다.

HDC현산도 궁지에 몰렸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인수가 어려워졌지만 협상 테이블을 걷어찼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극적으로 산은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없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이나 대우건설과는 경우가 다르다. 두 회사는 시장에서 내세울 기술력과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외부 요인에 따른 결과여서 산은으로서도 뚜렷한 해결책이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국내 항공사 모두가 현재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만 계속해서 지원하기도 쉽지 않아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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