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팜유를 대하는 정부의 후진적 자세
[기자수첩] 팜유를 대하는 정부의 후진적 자세
  • 정수성 기자 jungfran@dailyenews.co.kr
  • 승인 2023.03.22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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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유 소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팜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  팜유는 식품, 화장품, 세제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제품이다. 보존과 가공이 용이해 최근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 등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크게 각광받는다. 

그러나 팜유 사용이 늘면서 주요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다양한 문제를 초래했다. 팜유 재배용 대규모 플랜테이션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보다 넓은 면적의 산림이 파괴됐고 이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과 생물다양성 손실로 이어졌다. 

팜유의 환경파괴가 심각해지자 유럽연합(EU)은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 사용 중단에 합의했다. 기업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공급망 실사와 산림벌채 상품 규제법도 도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팜유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지난 2012년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인 공급의무화제도(RPS) 및 연료 혼합의무화제도(RFS)를 도입하며 팜유 수입을 증가시켰다.

팜유 확대를 용인하는 우리 정부 정책이 팜유 확대를 막으려는 글로벌 정책과 큰 괴리감이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RPS는 발전공기업의 바이오중유 화력발전을, RFS는 경유차에 주유되는 바이오디젤을 장려했다. 정책적 지원이 공식화되자 바이오연료용으로 쓰이는 인도네시아산 팜유는 제도 도입 이래 10배 증가했다.

국내 기업이 들여오는 인도네시아 산 팜유 역시 산림파괴와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은 오히려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며 물의를 일으킨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대상주식회사, 제이씨케미칼에 2020년까지 총 800억원 이상의 융자를 제공해왔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에서는 팜유의 문제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모양새다. 현재 기업들은 '자발적 인증제'를 통해 친환경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팜유를 수입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일례로 2012년부터 축구장 3만7000개 면적의 숲을 파괴해 국제적인 비판을 받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뒤늦게 'RSPO' 팜유 인증을 획득해 이제는 지속가능한 팜유를 생산한다고 홍보한다. 

RSPO는 제도 도입 전의 산림파괴를 용인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사례처럼 '선(先)파괴 후(後) 인증'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업이 주도하는 인증제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기업이 인증을 부여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죄책감 없이 팜유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공급망 실사 의무화 ▲산림파괴 상품 규제 ▲바이오연료 지속가능성을 도입 ▲산림파괴 사업에 공적금융 지원을 중단하고 ▲기업은 인권환경실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국은 산림파괴 지원국'이라는 오명을 막기 위해서라도, 팜유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국가 반열에 오르고 싶다면 기후위기를 재촉하는 '가짜 재생에너지' 팜유와 반드시 결별해야 한다.

[데일리e뉴스= 정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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