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정책 돋보기] 시범 시행한 제주·세종서 자리 잡아가는데...오락가락 환경정책에 소비자, 업계 모두 불만 커져
[ESG정책 돋보기] 시범 시행한 제주·세종서 자리 잡아가는데...오락가락 환경정책에 소비자, 업계 모두 불만 커져
  • 곽지우 기자 jiwoo94@dailyenews.co.kr
  • 승인 2023.11.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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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세종 시행 1년...초반 어려움 딛고 제도 정착하며 반환율 높아져
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들이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플라스틱 사용 규제의 계도기간 무기한 연기 철회와 국내 종이 빨대 제조·판매 업체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첫 시행됐던 일회용품 규제가 수차례 유예에 이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되면서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은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폐업 위기에 놓였다. 최근 환경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우린 정부 정책을 믿은 죄밖에 없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018년 정부 시책에 따라 종이빨대에 대한 설비 투자를 이어온 업체들이 수차례 유예에 이어 정책이 폐기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환경부는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하여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환경부의 정책 변경으로 인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및 젓는 막대 사용 금지에 대한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되었다. (사진=pixabay)

환경부가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등 사용금지 조치에 대한 계도기간이 사실상 무기한 연장됐다.

1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오는 23일 시행을 앞둔 카페에서의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또다시 유예됐으며 종이컵은 사용제한 대상 품목에서 제외됐다.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금지가 제일 이행하기 어려운 조처로 파악됐다는 설명이다. 

세부적으로는 종이컵 사용 금지에 따라 다회용컵 세척을 위한 인력 고용이나 세척시설 설치 등의 부담이 있었고, 공간이 협소한 매장은 세척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규제 준수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조치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는 “환경규제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함께 보조를 맞춰 가야 정책의 취지에 따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소비자들의 항의와 그에 따른 매출 타격도 소상공인이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도기간 연장을 통해 소상공인의 부담과 소비자의 불편을 덜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들은 일회용품 사용규제 계도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pixabay)

이번 시행 유예를 앞두고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일회용품 사용규제 계도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인력난을 이유로 식당 일회용 컵 사용 금제 조처를 철회하거나 유예해달라고 요구했으며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자영업자 경영 여건을 들어 계도기간 연장을 주장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종이빨대가 쉽게 눅눅해지고 종이를 씹는 것 같아 음료의 맛을 떨어뜨린다는 불만이 나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1년간의 계도기간 동안 소상공인을 지원해 제도를 안착시키는 대신,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쉬운 방법을 택했다"며 환경부를 비판했다. 또한 "종이컵의 생산과 폐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고려할 때 이번 일회용품 관리방안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서 멀어지는 행보임이 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적으로 이번 조치에 대해 '소상공인의 부담과 현장에서의 혼란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환경부 측 설명에도 오락가락하는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 만료 후 본격 시행을 2주 앞두고 갑작스럽게 발표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운영 잠정 중단을 알리는 제주 카페.(사진=연합뉴스)
일회용컵 보증금제 운영 잠정 중단을 알리는 제주 카페. (사진=연합뉴스)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범 시행된 제주와 세종시에서는 초반 진통을 겪은 후 정착 단계에 들어서고 있기에 이번 정책 후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제주와 세종에서는 지난해 12월 2일 일회용컵으로 음료를 판매할 경우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포함해 판매하고, 다 마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 300원을 소비자에게 반환하는 제도를 시범 시행했다. 시행 대상은 전국에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한 카페·제과제빵·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다.

도입 초반에는 '300원을 돌려받기 위해 라벨 훼손 없이 세척 후 지정된 곳에 반납해야 한다'는 이유로 고객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고 이에 따라 시범 운영 카페들 매출이 30~40% 줄어들기도 했다.

제도 시행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으나 시행 9개월 차인 지난 9월 제주에서의 반환율은 63%에 달했다. 제도가 첫 시행됐던 12월 12%대에서 크게 증가한 셈이다. 세종시에서는 같은 기간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지난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해 11월 시행된 일회용품의 규제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보다 1년 빠른 지난 2021년 플라스틱 등 환경 규제를 시작한 유럽연합 (EU)에서도 이에 대한 소비자와 업계의 불만은 거셌다. 이러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EU는 규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쌓아나가며 재사용 불가 플라스틱 사용 기업 등에 세금을 추가적으로 부과하는 등 더 강력한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제도 시행을 앞두고 환경부가 의뢰한 '자원순환 분야 정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량 절감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97.7%,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응답자가 87.3%에 달했다. 이렇듯 소비자들 대부분은 비용 증가와 일상의 불편에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있어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상준 차관은 일회용품 관련 정책을 발표하면서 “지금의 일회용품 규제 대책은 지속 가능성이 작다”며 “규제와 강제만으로는 변화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회용컵 마련 등 일회용품 줄이기를 미리 준비한 분들께 송구하다”며 “미리 준비하느라 비용을 쓴 사업자에 대해선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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