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먹통 5G'에 쏟아지는 불만··· 고객이 베타테스터인가
[기자수첩] '먹통 5G'에 쏟아지는 불만··· 고객이 베타테스터인가
  • 천선우 기자 bluecat@dailyenews.co.kr
  • 승인 2019.12.19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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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이동통신업계가 5G, 새로운 시대가 왔다며 줄줄이 광고를 내걸고 있다. 광고 속 표현들은 하나같이 흥미롭다. 한 통신사는 '초능력'으로 다른 업체는 '초시대'라는 표현으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두 군데 모두 뛰어넘을 '초(超)'를 쓴 걸 보면 뭔가 대단한 기술이 등장하긴 한 모양이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것마냥, 매일 새로운 5G 관련 광고 문구와 홍보물이 쏟아진다.

오프라인 풍경도 다를 바 없다. 한 블록 사이를 두고도 휴대폰 및 통신 매장이 즐비하다. 매장에선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저마다 바쁜 손짓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패널에 큼지막한 글씨로 '파격 할인', '반값 할인', '기기값 0원' 등 소비자를 혹하게 만든다. 언론도 이에 한몫 거든다. 인터넷 지면엔 5G 기술 검증을 놓고 '초고속 구현', '고화질 영상 4초 안에 다운로드' 등 확인되지 않은 사항으로 가득하다.

이쯤 되면 궁금점이 아니라 의문점이 생긴다. 5G가 4G라 불리는 LTE보다 월등한 기술인가. 결론은 '이론적으론 맞으나 지금은 아니다'다. 얼마 전 참여연대와 한국소비자연맹을 주축으로 발표한 '5G 통신 서비스 이용자 실태조사'를 보면 5G 통신 이용자 171명 중 76.6%인 131명이 '매우 불만족·불만족'을 택했다. 이유를 보면 이들의 불만에 수긍이 간다. 5G 이용 지역 부족, 5G에서 LTE 전환 시 발생하는 통신오류, 비싼 요금, 5G 데이터나 5G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 부족 등이다. 현시점에선 5G만의 실질적 이점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지방에 사는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통신업계도 물론 할 말은 있다. 현 시점이 통신세대가 전환되는 '과도기'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늘상 그렇듯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진통'을 유발한다. 3G에서 4G로 전환될 때도 그랬다. 구 기술의 이용자와 신 기술의 이용자 간 갈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요자에게 무조건 참으라는 식은 잘못된 발상이다. 이들은 '무상'이 아닌 상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고객이 5G 서비스 이용에 대해 문제 제기할 경우, 통신업계의 대응도 석연찮다. 고객이 5G 이용과 관련해 불만을 표출하면, 통신사는 휴대폰 개통 계약서에 명시된 '5G 가용지역 확인 동의' 조항을 들이민다. 이를 확인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신 불편에 대해 사전에 고지받은 응답자는 37.4%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절반 이상이 단순 설명만 받았다고 답했다. 이 정도로 불편할 줄 알았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란 응답도 36.8%나 됐다. 통신사 직원이 상품 고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었다면, 이는 고객과실이 아닌 통신사 책임이다. 고객이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도, 소속직원의 고지의무 및 충분한 설명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은어로 쓰이는 표현인 '호갱(호구+고객)'은 주로 통신사를 상대로 등장한다. 그만큼 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현혹하고 있는 실태를 꼬집는 표현이다. 통상 5G 이용 고객들은 새로 스마트폰을 개통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폰을 제외하면 5G 모델은 최신 스마트폰 기종이다. 가격은 최소 1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개통은 쉽지만, 개통철회 과정은 꽤나 까다롭다. 일주일 안에 고객이 통신 품질 또는 단말기 성능 문제를 발견할 경우만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본인 과실이 아님을 직접 소명해야 한다. 사실상 개통 이후 몫은 전부 소비자가 짊어지는 셈이다.

고객은 '호구'가 아니다. 더 이상 소비자의 아우성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통신사는 개통 전 발생한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해야 하며, 책임질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5G 커버리지 확대는 양적인 확장과 더불어 질적인 검증이 수반돼야 한다. 이통업계가 그토록 부르짖던 '초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기업 간 기술 '경주'보다 초(超) 양심적인 기업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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