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니지' 불패 신화의 찜찜한 이면
[기자수첩] '리니지' 불패 신화의 찜찜한 이면
  • 천선우 기자 bluecat@dailyenews.co.kr
  • 승인 2019.12.11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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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 지하철 풍경에서 기묘한 장면을 목격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시민 두 명의 스마트폰에 비춰진 게임화면을 통해서다. 시민 두 명은 '리니지2M'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앞뒤로 같은 게임에 동일한 손놀림을 보고 있자니, 리니지2M의 인기가 여실히 느껴진다.

리니지2M은 지난달 27일 출시와 동시에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수많은 게임 전문가의 예상을 뒤엎고, 형제작 리니지M을 꺾고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언론과 증권 업계에서는 '매출' 관련 내용으로 연일 화제를 독식했다. 리니지2M이라는 키워드는 일평균 매출 90억원, 월평균 매출이 2000억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대기록', '빅히트'와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반면 리니지2M의 부정적인 기사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 대부분 찬양 일색이다. 사실 리니지2M의 성공은 이미 예견됐다. 국내에서 '리니지'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은 실패한 역사가 없다. 이 때문에 리니지는 성공의 보증수표로도 불린다. 수치와 기록만 보면 기업 입장에선 성공한 게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달라진 게 없다. 아이템, 스토리, 등장인물 등 곳곳에 리니지M을 우려먹은 흔적이 역력하다. 아울러 라이트 유저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과금요소를 더 투입해 단물만 쪽쪽 빠는 모양세다. 엔씨가 이뤄낸 '위대한 성과'와 별개로 유저들 반응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역대급 과금 게임', '재벌들만 하는 게임'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엔씨의 과금 요소는 편향적인 운영으로 도를 넘어섰다. 리니지2M을 즐기기 위해선 최소 100만원은 우스운 정도다. 유튜브의 '리니지2M 가챠(확률형 아이템 뽑기) 방송'을 보면 수천만 원의 돈을 들였다는 영상이 부지기수다. 엔씨가 공개한 확률표를 보면 화를 넘어 분노가 느껴진다. 일부 영웅 등급의 클래스를 뽑을 확률은 0.002450%다. 일반 등급조차도 3%가 채 되지 않는다.

사행성과 과금 요소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장르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제격이다. 엔씨는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올해 출시한 게임을 보면 일명 '돈 안 되는 캐쥬얼 게임'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달랑 '러브비트'라는 듣도 보도 못한 게임 하나만 있을 뿐이다. 리니지2M 이후 나올 게임들 역시도 전부 MMORPG다. 아이온2, 블레이드소울M, 블레이드소울2, 블레이드소울S다. 나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사 중 하나인 엔씨의 라인업을 보고 있자니 기대보단 한숨부터 나온다.

해외 시장이라면 어떨까. 리니지2M의 해외출시 일정은 현재 미정이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국내 결과부터 내고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분명한 건 현재 북미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0위권에는 리니지와 같은 장르는 단 한 건도 없다. '클래시 오브 클랜' 등 라이트 게임과 퍼즐게임이 주류를 이룬다. 아울러 국내 IP는 20위권에선 배틀 그라운드가 전부다. 일본 게임 시장도 비슷하긴 마찬가지다. 일본은 1~3위권에 MMORPG 장르는 없다. 한국 시장은 10위권 내에 MMORPG 장르는 무려 6개다. 리니지 IP가 그중 3개로 압도적이다. 특정 장르의 편중 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폭풍의 눈에 엔씨가 서 있다. 게임 산업의 다양성 부재, 부정적 인식이 질병처럼 퍼져 게임 생태계가 풍비박산(風飛雹散) 나고 있는 와중에도 엔씨는 평화롭다. 엔씨는 리니지라는 이름만 변경해 기존 골격과 과금 포맷을 유지한 채로 유저들을 기만하고 있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 이터널, 리니지 레볼루션(넷마블 서비스) 이름만 바뀌었지 특별함은 찾아볼 수 없다. 게임업계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깨자고 목소리를 내면서, 그간 내놓은 게임들이 MMORPG 일색이라면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유저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 일이다. 엔씨는 게임 출시와 함께 김택진 대표의 육성이 담긴 광고를 공개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광고 속 등장하는 한 어린이가 "택진이 형 밤 샜어요?"라고 묻자 김 대표가 "일찍 일어나 일하고 있어요"고 답한 장면이다. 이를 놓고 유저들은 일침을 날렸다. "일찍 일어나 돈 세고 있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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