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산업계··· 탈출로가 안 보인다
벼랑 끝에 선 산업계··· 탈출로가 안 보인다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20.03.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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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염 줄었지만 해외서 확산··· 버티기 나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극소 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든 산업군이 멈춰섰다. 문제는 탈출로가 안 보이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낮췄다. 제로(zero)금리가 현실화됐다. 연준의 이 같은 조치에도 미국의 나스닥 시장은 폭락했고, 국내 코스피 시장도 사이드카가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위기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장은 멈췄고, 소비자들의 소비도 줄었다.

◆ 업종 불문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

항공업계는 이미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일부 노선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해외 노선이 운항을 멈췄다. 하늘을 날아야 할 비행기가 땅 위에 서 있는 상태다.

대한항공은 여객기를 화물기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적에 큰 도움이 될 수준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운항 공백이 장기간으로 이어질 경우 매각 작업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저비용항공사(LCC)업계는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해외 노선은 거의 다 멈춘 상황에서 편수를 조정하며 국내 노선에 집중하고 있지만 얼어버린 여행객을 붙잡기는 쉽지 않다. 정부에 지원요청을 했고, 산업은행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3곳에 400억원을 지원했지만, 항공기가 운항하지 못하면 일시적인 도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항공업계와 명운을 같이하는 여행사는 이미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대형 여행사들은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중소 여행사는 위기를 넘지 못하며 문을 닫고 있다.

수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업계도 타격이 심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절대적 위치에 있는 현대·기아자동차도 주요 시장인 중국 판매가 전년 대비 9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시장의 회복과 크게 위축된 소비심리가 다시 살아나야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큰 시장 중 하나인 유럽마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생산 활동이 멈추며, 소비 자체가 사라진 상태여서 이중고를 맞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상반기 중 강한 수요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전파 속도가 빨랐던 중국, 한국의 경우에는 2분기 중 회복기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유럽 시장은 2분기 수요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지만, 시차를 두고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자동차산업은 국내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의 타격도 크다. 특히 오프라인 사업을 영위했던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매장은 소독과 방역을 위해 매장을 잠시 닫게 돼 실적이 더욱 악화됐다.

출혈경쟁으로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던 면세점도 하늘길이 막히면서 실적이 크게 둔화했다. 그나마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 국경 폐쇄가 이어질 경우 실적은 급전직하할 수밖에 없어 유통업계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다만 일부 배달을 근간으로 하는 일부 외식 업종과 소비재 부문은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외출 감소와 집콕 현상으로 대용량 필수 소비재의 수요가 증가하고, 외식 축소·내식 비중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단기적으로 3월 말, 4월 중순까지 개별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중기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점차 완화되겠지만, 정기적 저성장, 양극화 고착에 따른 소비시장의 변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낮추고, 쉬고, 줄이고

전대미문의 타격으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급락하고 있는 원유가로 인해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BEP) 아래로 떨어진 정유업계는 공장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수요 부진을 예상하며 생산 조절에 들어갔다.

SK에너지는 이달 초부터 공장 가동률을 낮추며 감산 조치에 돌입했다. 팔면 팔수록 적자인 상황인 데다가 산업 수요가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달 내로 공장 가동률을 85%까지 낮출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순환 재택근무를 하는 곳도 늘고 있고, 경영 상황이 어려운 곳은 무급휴가로 대체하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더욱 어렵다. 이미 국제선은 멈춰선 상태이거나 대폭 감편됐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은 객실승무원에 대해 단기 무급 휴직에 돌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남은 인원들에 대해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팔아도 남는 것이 없지만 팔 곳도 없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한다. 에쓰오일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계획을 설명했다. 에쓰오일의 희망퇴직이 진행될 경우 다른 업체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유가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코로나19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어느 기업이 잘 나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잘 버티느냐의 생존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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