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매각해 자금 마련 계획··· 두산솔루스 매각 입찰 차질
[데일리e뉴스= 이승윤 기자] 두산그룹의 경영 상황이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핵심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이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기조로 수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 1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연내에 갚아야 할 차입금도 4조원대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경영 회복을 위해 자구안을 마련하고 계열사 매각을 진행하는 등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지만, 회복될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박정원 회장은 경영 회복을 위해 유상증자부터 자산매각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회장은 전 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두산중공업이 3조원 이상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자본확충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두산은 자체 재무구조 개선과 두산중공업 자본확충 참여를 위해 두산타워와 일부 보유지분 및 사업부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너까지 직접 나서며 경영 회복을 위한 강한 의지를 밝힐 정도로 핵심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의 경영 상황은 매우 어려운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64억원, 당기순손실 371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4%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특히 연내 갚아야 할 단기성 차입금은 4조2478억원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현재 쉽게 현금으로 바꿔서 사용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4078억원에 불과해 자산매각이나 대출 없이는 차입금을 해결하지 못한다.
이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신규대출과 외화채권, 긴급 운영자금 등의 방식으로 총 3조6000억원의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 지원금을 통해 급한 상황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앞으로의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에 개선은 쉽지 않으리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국책은행의 지원도 결국은 부채이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함께 전 세계 각국도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는 기조를 보여 원자력 사업을 잃은 두산중공업이 다른 사업만으로 이 빚을 갚아나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두산중공업 관련 보고서에서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7년 이후 본격화된 탈원전·탈석탄 정책 및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정책 기조로 채산성이 높은 원전 사업 비중이 축소되는 등 수익성이 저하되는 모습"이라며 "대체재로 주력하고 있는 풍력발전은 입지규제, 주민수용성, 경제성 등의 영향으로 애초 계획 대비 저조한 발주량을 보이고 있고, 가스터빈의 경우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실적 저하를 보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정상화 방안으로 두산중공업을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을 목표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한편 계열사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매각을 위한 협상이 차질을 겪고 있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매물인 두산솔루스의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2차 전지인 음극재를 감싸는 용도로 주로 쓰이는 전지박(동박)을 제조하는 업체다. 떠오르는 시장인 전기차에 대한 재료를 만드는 만큼 많은 인수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실제 지난 2일 열린 두산솔루스 매각 예비입찰에는 후보로 거론됐던 대기업이 불참하는 등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다.
두산그룹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 이전처럼 안정적인 경영 상태의 회복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의 매각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 주간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