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가 오는 26일에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인 '밀수'를 시작으로 최신 한국영화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고 11일 밝혔다.
한글자막을 통해 청각장애인 등 영화 관람이 제한되는 계층의 보다 자유로운 영화관람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이와같은 방식은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장벽없는 영화'라고 불린다.
크게 영상(이미지)와 음향으로 구성되는 영화가 아닌 화면 설명을 위한 음성해설과 등장인물의 대사, 음악, 소리 같은 정보를 알려주는 자막을 넣는 방식이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영상화면을 대신할 나레이션을 제공하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오디오를 자막으로 구성해 원활한 영화 관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배리어프리 영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은 2016년부터 주요 영화관에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 제공을 법으로 규정했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아니라도 시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돕는 장비를 제공하기도 한다. 영국도 소형 수신기 형태의 보조 장비를 제공한다.
이런 장비들은 대부분 장비가 영화정보를 받아 안경, 헤드셋으로 관련 정보를 송출한다. 크기 자체도 작고 가벼우며 영화관 의자에 고정이 가능한 경우도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장비보다는 화면 자체에 설명을 더한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이마저도 장애인의 날(4월 20일) 정도에만 주로 상영되고 평소에는 극소수의 영화에만 적용되고 단체관람 혹은 일부 특수 극장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다.
상영 시간도 지나치게 제한적이다.
평일 낮이나 이른 아침에 상영되는 경우가 많아 정작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장애인들은 시간을 맞출 수 없어 관람을 포기하기도 한다.
우리 정부는 2007년 '제24조 문화예술활동의 차별금지' 조항을 통해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을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일반 영화 대비 자막, 더빙 대본 작업 및 편집이 필요해 제작 기간과 비용이 추가된다. 이때문에 영화 개봉 후 약 한 달 후에야 배리어프리 관람이 가능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영진위는 지난해 10월 멀티플렉스, 배급사, 장애인 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했다.
해당 협의체는 제작사, 배급사가 한글 자막과 화면 해설을 제작하고 상영관은 한그 자막과 영화를 편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 밀수를 시작으로 올해 말에는 시각장애인이 화면 해설을 들으며 최신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도입 마련을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의 문화 생활에 있어 여전히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서비스를 시작으로 시청각장애인을 비롯해 다른 장애인들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데일리e뉴스= 정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