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생산지 변화...병충해 영향으로 포도 품질 유지도 어려움 있을 것으로 예상
연말연초 모임, 홈파티는 물론 다가오는 명절 선물로도 선호되는 물품이 있다. 바로 와인이다.
그런 와인이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생산량에 영향을 받고 있다.
주요 와인 생산지가 변경되거나 품종의 맛이 변화하는 것이다.
포도주 국제 기구(OIV)는 최근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이 2억4410만 헥토리터(hl)로 줄어들 전망"이라며 "이는 직전년도에 비해 7% 줄어든 양이며 1961년 2억1400만 헥토리터 이후 가장 적은 수치"라고 밝혔다.
와인의 주 원료인 포도는 다른 식물 대비 가뭄에 강하고 따뜻한 기온에서도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가장 대표적인 양조용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환경 적응력이 우수하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다만 양조용 포도는 그만큼 기온, 땅의 산성도와 같은 요소에 따라 떫은 맛, 단맛, 신맛을 포함해 알코올 농도나 보관 가능한 기간이 달라진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주요 와인 생산지는 20~25도 사이의 기온, 뜨거운 햇빛, 적절한 강수량이 유지되고 있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기존 생산지들은 포도 재배, 와인 생산에 타격을 받게 되었다.
극한의 가뭄, 폭우와 같은 이상기후로 인해 평균보다 포도가 너무 빨리 익거나 미처 다 성장하지 못한 채로 수확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다.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팀이 기후변화와 와인 품질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보르도 와인의 평점이 오히려 올랐다"면서도 "당분간은 보르도 와인 품질이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기후변화로 늦서리, 가뭄, 우박 같은 악조건이 함께 늘어나 작황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고 더 나빠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매우 가까이 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연구진은 1950년부터 2020년까지의 보르도 와인을 지속적으로 살펴본 결과, 기온이 오르며 평점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고 발표하며 덧붙인 경고가 현실화된 셈이다.
이같은 경고는 이미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제시되어 오긴 했으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비교적 대중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편에 속했다.
하지만 점차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다시금 와인 생산지 감소, 변화가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1인 혹은 소수의 인원으로 술자리나 모임을 즐기는 문화가 퍼지며 와인은 어려운 술이라는 인식에서 시간, 맛을 즐기는 도구가 된 것도 원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와인의 생산지 변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OIV는 작년 11월 ‘세계 와인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포도가 자라는 시기에 발생한 이상기후와 이에 따른 병충해 때문에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며 "심각한 가뭄, 폭우 등이 생산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생산지인 이탈리아, 스페인의 포도 생산량은 직전년도보다 각각 12%, 14% 줄었다.
또다른 주요 생산지인 칠레와 호주에서는 가뭄, 산불 피해로 생산량이 줄었다. 칠레에서는 포도 생산량이 20% 줄었고 호주에서의 포도 생산량은 직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아울러 그동안 와인업계에서 입지가 좁았던 영국과 스웨덴 등은 기후변화에 따라 오히려 와인 생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며 새로운 와인 생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스웨덴기후연구소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스웨덴 남부 지방의 평균 기온은 지난 30여 년간 1961~1990년에 비해 약 2도 상승하며 포도 재배에 적합한 날씨를 보이는 기간이 연간 20여 일 늘어났다.
영국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새로운 와인 주요 생산지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영국 와인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생산량은 1억 리터를 넘겼으며 오는 2030년에는 1억6000만리터를 넘길 전망이다.
기후 변화에 따라 영국 내 포도 재배 면적은 5년 사이 2138헬타르에서 2023년 말, 3230헥타르까지 50% 가까이 늘어났고 면적당 포도 수확량은 기존 1헥타르당 4톤에서 약 8톤까지 늘었다.
그러나 현재 추세대로 지구 온도가 상승한다면 해당 지역들의 와인 생산량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와인 전문가인 린다 존슨-벨은 "현재 영국의 기후는 1970~1980년대 보르도, 샹파뉴의 기후와 비슷하다"고 평가하며 영국이 주요 생산지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니콜라 베이츠 영국 와인협회 CEO는 "기후변화로 인해 영국 와이너리들이 샤르도네 등의 품종을 통해 프랑스보다 더 나은 환경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