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급여 반납, 공무원 선입견 깨는 계기가 되길
[기자수첩] 급여 반납, 공무원 선입견 깨는 계기가 되길
  • 천선우 기자 bluecat@dailyenews.co.kr
  • 승인 2020.03.2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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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들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고통 분담에 나섰다. 급여 중 30%를 4개월 동안 반납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난 2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비상국무위원 워크숍에서 내린 결정이 근간이 됐다. 

급여 반납은 이달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시작으로 장·차관급까지 실시된다. 반납된 재원은 국고로 환수되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지원하는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참으로 이례적인 광경이다. 딱딱한 조직으로 평가받는 '공무원' 조직에도 온정이 불고 있다. 액수를 떠나서 선뜻 '제살깎기'에 나선 이들의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윗선 수장들이 솔선수범해 국민의 고충을 헤아리려는 모습은 분명 타의 모범이 될 것이다. 

그간 공무원들의 이미지는 허례허식, 탁상공론에 뒤섞여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실질적인 국민의 삶은 개선된 점을 찾기 어려웠고, 일부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은 자신의 지위로 '힘'을 남용해 오점을 무수히 남겨온 것이 그 이유다. 특히 과거 '세월호' 사건에도 엿볼 수 있듯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수장들'의 사무적인 태도였다. 아마도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쉽게 바뀌지 않을 터다. 위기의 순간마저도 무사안일의 태도로 일관한 공무원을 두고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라 보인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허리띠를 움켜쥔 배경에는 현 상황의 절박한 심정이 담겨있다. 현재로선 희망적인 소식은 고사하고 총체적 난국을 타파할 마땅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간 매일같이 들리는 소식이라곤 늘어나는 확진자 수와 이에 따른 여파로 기업과 국민들이 끙끙 앓는 소리가 전부였다. 연중 코스피 지수는 한때 1680선까지 무너지며, 시가총액 223조원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경제, 산업을 막론하고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불철주야의 자세로 매달린 정부와 일선 공무원들의 의지는 분명하고 확고하다. 그리고 조금씩 성과도 내고 있다. 의료계와 함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는 말할 것도 없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일일 검역수는 10명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는 무려 2000명씩 검증을 진행해왔다. 진단 키트의 우수성과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을 갖춘 것이 주효할 테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개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결과다.

경제 부문도 최근 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문 대통령이 기업·금융 살리기에 100조원에 육박하는 긴급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코스피도 25일 기준으로 전일 대비 5.9% 급등해 1700대 재진입에 성공했다. 물론 향후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중요한 것은 현시점에도 부처별로 일일단위의 비상회의를 진행하는 등 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급여 반납 결정은 이 난국을 극복하려는 굳건한 의지로 보인다. 정부의 리더들이 보여준 결단은 거대담론을 형성해 전 방위적으로 확산 중이다. 각 지역 단체장의 급여 기부 행렬과 함께 연구개발(R&D) 기관 등 공공기관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50%의 세비 반납을 추진 중이고, 정의당은 30% 규모로, 미래통합당은 10% 기부를 제안했다. 의원 1인당 한 달 세비가 10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각 당의 방침에 의석수를 더할 경우, 4개월간 약 30억원의 금액이 모인다.

일각에선 정부를 비롯해 정치권의 급여 반납이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행보로 지적한다. 그러나 국가 위기를 두고 정치색으로만 판가름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위해선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이 무서운 전염병은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할 만큼, 이미 전 세계를 장악했다. 우리도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한마음 한뜻으로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특히 정부는 국민의 분열된 의혹마저도 하나로 응집시켜 대응해야 한다. 그간 정부를 위시로 기업, 민간에선 경제, 방역 등 지원 활동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외신이 '한국'의 방역 수준을 모범으로 꼽는 이유는 정부의 발 빠른 대응과 각계각층의 '진정성' 있는 마음들이 결집된 결과일 터다. 정부와 일선 공무원들은 결코 자만해선 안 된다. 오늘날의 결과는 기업의 지원이 없거나 민간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한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공무원의 업무는 현장의 실무적인 일부터 정책 등 모든 일이 국민의 삶과 맞닿아 있다. 현재는 보다 견고한 '책임 의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리고 내일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나라의 녹을 먹는 자, 공무원들이 바빠지고 있다. 급여 반납으로 보여준 의지가 공무원의 '선입견'을 깨는 계기가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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