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차세대 착용형 컴퓨터, 애플 비전 프로(Vison Pro)가 콘텐츠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애플 비전 프로를 위한 전용 앱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애플은 비전 프로를 통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미디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존 VR 헤드셋과 달리 게임용에서 그치지 않고 SF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페이스타임, 영화를 공감각적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 애플은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개발을 위해 7년을 투자했으며 해당 기간 동안 연구자 1000여 명이 투입되었다.
결국 애플은 12개의 카메라, 5개의 인식센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3개, 마이크 6개 등이 탑재된 공간형 컴퓨터 구현에 성공했다.
전용 칩셋과 전용 오디오 드라이버도 구축해 영상은 물론 오디오 면에서도 전문 업체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품질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렇게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여주었다 하더라도 정작 이를 적용할 콘텐츠가 없다면 결국 무의미해진다.
애플이 디즈니플러스와의 협업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에게도 애플과의 협업은 좋은 선택지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OTT 플랫폼들은 수익 감소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며 그간 누리던 특수도 끝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디즈니플러스는 요금제 인상, 훌루 합병 후 베타 서비스 진행 등 신규 가입자 확보 및 기존 가입자의 서비스 유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비전 프로에 자사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어벤저스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와 같은 판타지 액션 콘텐츠에 강점을 보이는 만큼 다른 플랫폼보다 비전 프로의 공간감, 몰입감을 활용하기 적합하다.
말 그대로 영화 속 등장인물이 된 듯한 생생한 경험은 디즈니플러스가 보유한 판타지 콘텐츠의 기존 팬을 만족시키는 건 물론 추가 팬층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현재 OTT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비전 프로만을 위한 앱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이용하고 싶다면 비전 프로 사용자가 직접 사파리 같은 앱에 접속해 웹사이트 형태로 시청하라는 것이다.
단 해당 경로로 접속해 콘텐츠를 시청할 경우 전용 앱을 사용하는 것처럼 입체적인 경험은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더 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애플의 비전 프로가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인기를 얻는지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튜브와 스포티파이 역시 넷플릭스와 같은 판단으로 전용 앱을 별도 출시하지 않는다.
반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및 파라마운트 플라스는 비전 프로를 위한 전용 앱을 만들 계획임을 밝혔다.
IT전문가들은 "애플의 비전 프로의 성공 여부는 이제 단순히 애플만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라며 "OTT 플랫폼의 엇갈린 판단이 향후 업계 순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데일리e뉴스= 임남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