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신업계, 5G 내세워 '약자' 코스프레 그만해야
[기자수첩] 통신업계, 5G 내세워 '약자' 코스프레 그만해야
  • 천선우 기자 bluecat@dailyenews.co.kr
  • 승인 2020.01.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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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새해를 맞아 이동통신 3사가 5G 요금제가 개편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출시한 프로모션형 요금제를 정식 요금제로 정립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니 기존 요금제와 큰 차이점이 없다. 5G 요금제가 비싸다는 고객의 지적에도 여전히 통신업계는 '불통'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한 누리꾼이 미완성 5G 서비스를 두고 '배신'을 넘어 '사기'라고 표현한 대목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공개된 요금제를 보면 통신3사는 모두 무제한 데이터가 적용된 프리미엄 요금제에 공을 들였다. SK텔레콤은 데이터 제공 폭을 7만5000원 이상 구간에 집중적으로 늘렸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반면 중저가의 기준인 5만5000원대 요금제에는 기껏해야 1GB 데이터만 추가한 게 전부다. 중저가 요금제 출시 및 가격 인하를 원하는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3사는 5G 서비스 이용과 관련해 지난 1년간 고객의 목소리를 숱하게 들어왔을 터다. 특히 5G 커버리지 구축 미비, 미흡한 실내 인빌딩 작업, 데이터 만족도 등 여러 방면에서 지적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통신 업계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5G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경우, 전국 단위의 5G 구축은 연말에나 완성될 조짐이다. 그러면서 각 사 대표들은 신년사로 AI를 외치는 등 5G 융합플랫폼으로서 B2B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둥 뜬구름만 잡고 있다. 애시당초 5G 구축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 역시도 불가한 사업이다. 

최근 5G 요금제 기사를 보면 고객과 기업 간 '동상이몽'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얼마 전 보도된 한 통신사의 요금제 개편 기사에선 "5G 끄고 다닌다. 되지도 않는 걸 5G라고 속여?", "3,4 만원 요금제 안 내놓냐", "5G 때문에 LTE가 느려지고 잘하는 짓" 등 비난의 수위가 높다. 실상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업계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정부도 국민의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 16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5G 중저가 요금제에 대해 언급했다. 알뜰폰 업체들이 저렴한 5G 요금제를 출시한 것을 두고,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중저가 요금제가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통신업계에 대한 지원도 빼놓지 않았다. 5G 망 투자 비용에 대한 이통사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기존 세액공제 비율을 2%로 올렸다. 또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도록 '5G+ 전략'이란 이름으로 30조원 투자, 인프라 조성 등 관련 산업 육성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터다. 

우호적인 여건 속에서도 통신3사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지난해 집행한 막대한 5G 시설 투자·마케팅 비용을 이유로 말이다. 또 28GHz 새로운 기술 도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5G 중저가 요금을 논하는 것은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말대로라면 5G는 28GHz라는 보다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진통을 또다시 겪을 수도 있는 셈이다.  지난해 4월 5G 상용화 시점과 비교 시 분위기가 상당히 대조적이다. 통신3사 간 열띤 마케팅 경쟁, 불법 보조금 문제 등 갖은 방법을 막론하고 가입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선, 이후 발생 되는 책임을 '기술'이란 이름으로 교모하게 회피하고 있다. 28GHz가 등장하면, 기존 고객들은 제대로 된 혜택도 받지 못한 채 도태될 상황에 처했다.   

얼마 전 참여연대를 통해 '불통 5G'에 이의제기를 한 소비자 A 씨를 상대로 KT가 보상금 32만원을 제시하며 합의를 시도했다는 내용을 접했다. A 씨는 계약해지를 요구했지만 KT는 불가능하다며 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4개월 치 요금을 감면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앞서 수차례 KT 고객상담센터를 통해 불편을 호소했지만, 기지국 설치 중이니 기다리라는 일관된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5G가 LTE보다 뛰어난 기술이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통상적으로 첨단 기술이 적용된 만큼 LTE 요금제보다 비싼 이유에 대해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요금제가 비싼 데 제값을 못한다면 이것은 다른 문제다. 기본적으로 상품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멍 뚫린 썩은 사과를 새 상품처럼 둔갑해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 터지는 5G에 이어 고객과의 불통으로 통신업계를 향한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제대로 된 상품을 제공 못한다면, 가격을 낮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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