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에너지 수입 의존도 높아...친환경 에너지 전환 목표
탄소 감축을 통해 2050년 넷제로를 목표로 4조원대 예산을 투입하는 스위스의 기후법안이 국민투표를 통해 통과됐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스위스의 새로운 기후법안이 국민투표에서 59.1%의 유권자들이 찬성을 얻어냈다고 영국 BBC 등이 보도했다.
이번 법안은 스위스는 에너지의 75%를 수입하며 석유와 가스를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재정 보조금을 급하고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한다. 스위스 정부는 대규모 태양열, 풍력 발전소 건설 또한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10년간 난방의 친환경 전환을 위한 예산 20억 스위스프랑(2조8866억원), 기업의 친환경 혁신 추진에 12억 스위스프랑(1조7198억원) 등 총 예산 32억 스위스프랑(4조5863억원)을 주 내용으로 한다.
법안 통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 국민당(SVP)는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물가 폭등, 에너지 안보 문제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스위스는 에너지 수입 의존율이 높은 만큼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대란을 겪었던 것에서 근거한 주장이다. 당시 스위스 정부는 전기요금 폭등, 수영장에서의 온수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던 만큼 이런 우려도 일각에서는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법안은 국민투표를 통해 통과된 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의견이 더욱 지배적이다.
스위스는 2021년에도 탄소배출에 따라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법'을 국민투표에 부친 바 있다. 당시에는 지나치게 큰 돈이 들어간다는 평가로 결국 부결되었다. 그러나 최근 스위스 동부 브리엔츠 마을에서 지반 침해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직접적인 기후변화 피해가 커지자 국민들의 경각심이 커진 것이다.
이와함께 지난 20년간 빙하의 3분의 1이 사라지며 앞으로도 스위스에서 기후변화 피해 빈도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달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7개국에서 국가별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설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70% 이상의 응답자들이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영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기후변화가 인간 탓이라는 데 동의했다. 또한 개인보다 국가와 기업이 기후위기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는 ▲정부의 보조금을 통한 에너지 효율성 개선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등의 정책은 60% 이상의 지지를 받은 데 비해 개인이 번거로움이나 경제적 부담을 지도록 하는 정책에는 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지지를 받았다.
예를 들어 정부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정책에 대한 찬성 응답률은 국가별로 63∼75%에 달했고 주택 에너지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보조금 또한 67∼86%로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이에 반해 그에 따른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는 경우 찬성 응답률이 급감해 19∼40%, 7개국 평균 3분의 1 밑으로 떨어진다.
이번 스위스 기후법안 통과도 기후변화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는 국민의견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도 기후소송이 급증하는 등의 움직임이 점차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는 인식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 개인을 위주로 실행되던 기후변화 대응 정책들이 아닌 새로운, 범국가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개인, 기업, 정부 모두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야 말로 기후변화 극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